제5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소득 하위 80%만 지급하자는 정부와 모든 국민에게 주자는 더불어민주당이 맞서고 있다. '80대 100' 도돌이표식 논쟁을 보니 마치 고장 난 녹음기 같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국민 피로감이 임계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허구한 날 80%, 100% 논쟁하는 정부와 집권 여당의 모습이 한가로워 보인다.
정부가 소득 하위 80% 국민을 재난지원금 지원 커트라인으로 삼은 것은 팔레토 법칙에 기반한 발상인 듯 보인다. 상위 인구의 20%가 전체 부(富)의 80%를 차지한다는 저 유명한 법칙 말이다. 사실 재난지원금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 중에 딱 부러진 정답도 없다. 백날 논쟁해 봤자 더 좋은 답안을 도출할 수 없는 사안을 갖고 정부와 여당은 각자의 주판알을 튀기고 있다.
청와대 시점을 추론해 보자. 문재인 정권이 추구하는 사회적 정의는 가진 자들에게 세금을 왕창 거둬 기층민들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부(富)의 지나친 강제 배분 시도로 이 정권 출범 이후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소득 상위 20%에게까지 재난지원금을, 그것도 1차 때에 이어 다시 배분하는 것을 문 정부는 태생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이번에는 민주당 시점이다. 정부의 전 국민 지원 불가론에 밀리기도 했지만 제5차 재난지원금 수혜에서 제외될 20% 국민들의 반발이 여간 꺼림직하지 않다.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한 표가 아쉬운 마당에 돈 뿌리고도 반발을 불러 표를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미련을 못 버리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린다.
재난지원금의 지향점은 소비 진작과 국민 생계유지, 두 마리 토끼인데 문제는 여기에 은근슬쩍 포퓰리즘이 끼어든다는 점이다. 집권 여당의 한 유력 정치인은 "지역·소득에 관계없이 국민을 보호한다는 모습을 정부와 정치권이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과연 상위 20% 고소득층이 고작 25만 원을 받고서 정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보수 진영의 한 대권 주자는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결정 때 "'국민의 돈'으로 '국민의 표'를 매수하는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재정 부담이 큰 데 비해 소비 증대 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이 실증된 점에서 전적으로 동의한다. 남의 돈이니까 마구 선심 쓰는 것 아닌가. 집권 여당 실력자가 자기 재산의 80%, 아니 절반이라도 내놓으면서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주장한다면야 그 진정성을 믿겠다.
하위 80% 선별 지원도, 보편 지원도 문제가 있다. 하나는 이념, 다른 하나는 포퓰리즘의 산물인 까닭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에서 정부는 냉온탕을 오락가락했다. 재난지원금은 필연적으로 소비 장려 신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적 모임 하지 말라고 해 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비 진작을 위해 재난지원금을 뿌린다? 이런 이율배반도 없다.
끝내 수도권에서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다. 이 조치로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일지, 성공을 못 거둬 사태가 장기화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정부가 록다운(lockdown)에 준하는 강제 명령을 내렸으니 그 피해를 상당 부분 보상해 줄 의무가 생겼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재정을 동원한 재난 지원은 보수적이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실행돼야 한다. 집합 제한 조치로 경제적 피해와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재난지원금이 집중되는 게 사회 정의에 부합한다. 제5차 긴급재난지원금 추경안, 다시 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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