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시인들이 별을 통해 사랑과 꿈과 희망을 노래한다. 일제강점기 어둡고 가난한 삶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은 밤 하늘 별조차 하나씩 하나씩 마음에 새기며 밝은 새벽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윤동주 '별 헤는 밤')
그가 밤 별들이 쏟아져 하늘 가득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바라본다면, 그의 시는 어땠을까?
캄캄한 밤 하늘에 금빛·은빛가루를 뿌린듯 화려한 별빛의 향연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상상을 뛰어 넘어 발걸음과 마음을 얼어 붙게 만들기 때문이다.

◆별천지 영양, '별빛이 쏟아진다'
몽골 초원에 누워 밤하늘을 본적이 있는가? 별들이 얼굴로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다. 혹시나 했던 은빛 별무리들이 만들어 내는 은하수 물결의 장엄함은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년 전 취재차 찾은 미국 에리조나주 투산시 '오라클 공원'과 명상의 도시 '새도냐', 그리고 '플래그 스태프' 등 국제밤하늘 보호공원에서 본 밤하늘 별무리들의 향연은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 그때의 감동과 환희를 다시 느껴 볼 수 있을까?
'별 천지 영양'으로 가보자. 사람의 발길조차 끊어진 깜깜한 암흑 천지에서 오롯이 밤하늘 별빛만 빼곡한 낭만과 환희를 기대한다면 영양 수비 수하계곡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가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오지(奧地)다. 밤이면 별빛, 달빛만이 어둠속에 빛난다. 그야말로 가로등, 차량 불빛, 주택에서 새어 나오는 인공 불빛은 찾아 볼 수 없다.
'별 천지'다. 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별빛 빼곡한 밤하늘을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운이 좋거나 시기를 잘 선택해 찾으면 '반딧불이'가 뿜어내는 또 다른 빛과 그들의 군무(群舞)도 만날 수 있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 수하3리 일대 밤하늘 투명도는 세계적으로 뛰어나다. 밤하늘 별빛뿐 아니라 은하수 물결조차 눈으로 볼 수 있는, 국내 몇 안되는 곳 중에 한 곳이다.

◆아시아 첫 밤하늘보호공원 지정
국제밤하늘협회(IDA)는 지난 2015년 10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 390만㎡를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했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IDA가 산업화된 도시 인공 불빛과 공기 오염 등으로 사라져가는 별빛을 지켜내기 위해 세계 곳곳에 밝은 밤하늘을 갖고 있는 지역을 선정해 지정하는 공원이다.
한마디로 밤하늘의 '천연기념물'인 셈이다. 지난 2007년 미국의 '내추럴 브리지스 국립 천연기념물'이 처음 지정됐다. 지금은 미국과 독일, 스코틀랜드, 헝가리 등 전 세계 30여개 지역이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영양의 밤하늘은 '실버등급'이다. 빛 공해나 인공조명으로부터 영향 받지 않는 거의 자연 상태의 밤하늘이다. 별빛을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다. 가로등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개발되지 않았다.
빛의 발견은 인류 문명의 상징이다. 인공 빛 덕분에 밤에도 대낮처럼 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인공 불빛이 과도해 '빛 공해'로 되돌아 오고 있다.
촛불 하나 밝기가 1칸델라(cd)라 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스마트폰, TV, 네온사인 등은 수백~수만cd의 인공 불빛을 내뿜고 있다. 빛 공해는 밤하늘의 별빛마저 빼앗아 버렸다.
별은 인간을 꿈꾸게 한다. 불빛이 사라지면 밤하늘 별빛이 살아난다. 8월과 9월 늦반딧불이들이 밤하늘 별빛 무리들 속에서 자신만의 불빛을 내뿜을 때면 이곳은 또 다른 신세계다.



◆별빛·반딧불이 '군무 쇼 타임'
경북 영양군 영양읍내에서 구불구불 30여km를 가야만 '밤하늘보호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 수비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수하계곡이 흐른다. 금강송처럼 멋스러운 소나무들이 빼곡하다. 신비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벚나무들이 터널을 만들어 도로를 덮고 있다.
일순간 만나는 '영양국제밤하늘보호공원' 표지판이 가슴 설레게 한다. 표지판을 지나 언덕을 오르자 '영양 반딧불이 생태숲'이 발길을 잡는다.
이곳에서부터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오무', '송방' 마을까지 12km, 390만㎡가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다.
이곳에는 '영양 반딧불이천문대'와 '반딧불이 생태공원', '반딧불이 생태숲', '수하계곡' 등 도심에서 경험하지 못할 다양한 체험거리들이 기다리고 있다.
밤하늘 별빛 체험은 천문대에서부터 시작된다. 탐방객들에게 망원경을 통해 천체관측의 기회를 제공하고 밤하늘 별자리 이야기도 들려준다.
낮엔 태양망원경으로 흑점과 홍염을 관찰할 수 있다. 밤엔 행성·성운·성단·은하·달 등을 관측할 수 있다. 혼자라도 좋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나들이라면 더 좋다.
'반딧불이 천문대'라는 이름처럼 이곳에서는 반딧불이도 관찰할 수 있다. 시기는 6월 중순에서 7월 중순, 그리고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 정도다.
계곡에 어둠이 내려 앉고, 가로등 불빛마저 잦아들면 이 일대는 '인공 빛 없는 태초의 세상'이 된다. 풀벌레와 바람소리, 물 흐르는 소리만이 들린다. 이제 이 일대 어디서나 '밤하늘 별빛'을 볼 '쇼 타임'이 시작된다.
영양 국제밤하늘보호공원에서 밤 하늘 별 무리들과 반딧불이 불빛 군무가 펼쳐지는 '쇼 타임'을 상상해 보자. 도심을 벗어나 이번 여름에는 수비 수하계곡에서 별을 헤며 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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