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현대 세계를 형성한 바다의 사람들

입력 2021-07-03 06:30:00

해양 세력 연대기 / 앤드루 램버트 지음 / 박홍경 옮김 / 까치 펴냄

베네치아가 강대국으로서 정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1571년 레판토 해전. 까치 제공
베네치아가 강대국으로서 정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1571년 레판토 해전. 까치 제공

아테네와 카르타고, 베네치아와 네덜란드 공화국 그리고 영국. 광대한 영토나 수많은 인구 없이도 풍요로움과 강성함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영국의 해군사 전문가이자 뛰어난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저자 앤드루 램버트는 바다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축한 이들을 해양 세력으로 정의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현대 사회의 토대를 형성했는지를 톺아본다.

흔히 해양 세력은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춘 존재로서, 대륙 세력과 패권을 다투는 동등한 세력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 책은 해양 세력을 둘러싼 그간의 오해가 바다에 대한 오래된 혐오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하며, 해양 세력을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가 취하는 전략 혹은 그 정체성이라고 다시 정의한다. 야심만만한 해양 세력의 신화가 그들의 문화를 두려워했던 대륙 패권에 의해 창조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등장한 5대 해양 세력 강대국을 통해 민주주의와 세계 무역, 자유 가치를 형성한 해양 세력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바다 주위에서 대륙 진출을 꿈꾸는 세력을 해양 세력이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이들은 대륙을 향한 야욕을 가지는 대신 패권 국가를 경계하며 국제 사회의 균형을 이루고자 했고, 무역 활동을 위협받지 않는 한 스스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거친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민을 포용하는 공화정과 민주정을 발전시켰고, 경제적으로는 무역을 중시하는 열린 태도를 보임으로써 현대 정치, 경제의 기반을 닦았다고 강조한다.

제1장에서는 해양 세력 정체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본다. 2장에선 최초의 해양 세력 강대국인 아테네, 3장에서는 대륙 제국 로마의 야욕을 억제해 국제 사회의 균형을 맞추고자 했던 카르타고를 다룬다. 4장과 5장은 근대에 나타난 해양 세력인 베네치아와 네덜란드 공화국에 대해 얘기하고, 6장과 7장에서는 해양 국가와 해외 제국, 대륙 세력의 해군력 등 해양 세력과 혼돈되기 쉬운 개념들을 살펴본다. 8장은 최후의 해양 세력인 영국, 9장은 해양 패권이 대륙 세력인 미국으로 넘어간 오늘날의 상황을 살펴본다.

해양 세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민주주의, 세계 무역 등 해양 세력이 구축한 지적 유산은 오늘날의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저자는 군사보다는 상업을, 권력의 집중보다는 평등화를 중시한 해양 세력의 의제를 지키는 일이 독재, 제국주의, 군사 정치 등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542쪽, 2만5천원

해양 세력 연대기 표지
해양 세력 연대기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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