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3. 일본 지진현장과 사투리
4. 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
3.일본 지진현장과 사투리
일본의 언어는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어와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방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류큐(琉球)에는 많은 섬들이 있는데 섬이 다르면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사투리가 심하다. 본토에서도 단어나 문법의 차이가 상당해 거의 모든 지역마다 말이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일본에는 다양한 말이 사용되고 있다.
일본 역시 사투리는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다. 2009년 유네스코(UNESCO)에서 발표한 소멸 위기 언어 지도에 의하면 아이누어는 화자가 10명 이하로서 매우 심각한 위기언어, 야에야마 사투리(八重山方言), 요나구니 사투리(与那国方言)는 중대한 위기언어, 하치죠 사투리(八丈方言), 아마미 사투리(奄美方言), 구니가미 사투리(国頭方言), 오키나와 사투리(沖縄方言), 미야코 사투리(宮古方言)는 위험한 위기언어로 분류되었을 정도다. 이런 까닭에 일본에서는 사투리 보존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재해지역에서 빛나는 사투리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지역에서는 사투리를 지키기 위해 옛날이야기나 방언연극대회를 개최하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방언을 가르치기도 한다. 또한 도호쿠대학 방언연구센터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장면의 대화를 녹음하여 사투리를 후세에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사투리 보존에도 의미가 있지만 재해현장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재해현장의 이재민과 외부 지원자와의 의사소통에서 사투리가 통하지 않는 문제가 자주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발음이나 단어, 문법을 해설한 팜플렛이나 사투리 조견표가 작성되고 있다. 재해지역에서 해당 지역의 사투리에 대한 이해는 이재민과 외부인의 신뢰 구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의 재해 지역에서는 사투리를 사용하여 이재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또한 사투리의 힘을 활용하여 지역 커뮤니티의 재생을 도모하는 활동도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동일본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시노마키(石巻) 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사투리로 만든 오라호(우리들) 라디오 체조가 가족을 잃은 슬픔, 절망감 등의 이유로 생활에 활력을 잃은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사투리에 대한 문제는 일본인들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외국인들과의 관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간호사·간호복지사가 일본 각지에서 취업한 이후에 해당지역의 사투리로 이루어지는 환자와의 의사소통은 환자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마무라가호루 방언연구팀에서는 의료·간호·복지의 현장에서 현지 사투리를 모르는 젊은이나 타 지역에서 온 의료·복지의 지원인력 그리고 외국인 간호사, 복지사들을 위해서 각 지역의 사투리로 표현한 신체 어휘도, 의료·복지 관계 사투리 어휘집, 사투리 문진 텍스트 등을 작성하여 Web으로 공개하고 있다.
◆다양한 사투리 보존과 계승사업
일본 사투리의 보존, 계승사업은 일본문화청과 국립국어연구소 그리고 각 지역의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문화청에서는 사투리에 관한 위탁조사 결과나 최신 조사연구 성과 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소멸 위기에 있는 사투리의 상황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유네스코가 소멸 위기에 있다고 분류한 일본의 8개 지역 언어의 상황 개선을 목적으로 2015년부터 사투리 서미트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가고시마현 아마미시(奄美)에서 열렸다. 2일간 섬 내외로부터 연인원 1,350명이 참석하여 강연이나 공개 토론에 이어 일본 각지의 사투리 듣기, 각 지역의 민요, 상황극 등의 시연을 했다. 이를 통해 사투리의 보존과 계승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사투리의 역할을 체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일본국립국어연구소에서는 사투리가 급속히 쇠퇴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지자체나 각 지역의 대학 또는 연구자와 제휴해 사투리의 문화적 가치에 관한 조사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QR코드를 읽으면 사투리로 안내
가고시마현에서는 11월 셋째 주를 가고시마현 사투리 주간으로서 설정하여 차세대에게 사투리를 계승하기 위한 각종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매년 6월에 열리는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사투리대회는 금년이 28회째로 오키나와 사투리와는 다른 독특한 뉘앙스의 사투리 대회라는 점에서 섬 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 사투리 대회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대회는 1987년부터 17년간 행해졌던 미카와마치(三川町) 전국사투리대회이다. 미카와마치는 이렇다 할 관광자원도 없고 기차역도 없는 작은 지역이지만 이 대회는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회는 매년 8월 중순에 열렸으나 6회 대회 때 11월 23일을 사투리 감사의 날로 제정할 것을 선언했고 이때부터 사투리 대회는 매년 11월 23일에 열리게 되었다. 대회에는 자유토론, 민요발표, 사투리를 사용한 인형극, 사투리 가라오케, 사투리 퀴즈대회 등으로 매년 형식을 달리해 개최되었으나 현재는 운영자금문제 등으로 중단된 상태다.
아오모리의 한 리조트에서는 방 이름이나 이벤트 이름, 종업원의 인사말에 그 지역 사투리를 도입하고 있고 2021년 4월부터는 관내 곳곳에 설치한 QR코드를 읽으면 그 장소에 대해 사투리로 안내하는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그 지역 사투리를 통해 아오모리에 여행 온 것을 실감나게 하려는 시도라고 한다. 이밖에도 홋카이도의 한 지역에서는 그 지역 사투리로 전화번호를 안내하는 곳도 있고 지역주민 복지관이나 휴양 시설의 명칭을 사투리로 명명하여 관광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위와 같이 일본에서는 사투리대회나 각종 이벤트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사투리를 가르치고 있다. 2017년에 고시된 (신)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사투리와 공통어의 차이와 역할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기도 하다.

홍민표(계명대 일본학과교수)
◆다시, 사투리 연재 순서
1.왜 다시, 사투리 인가
2.예술 속 사투리
3.사투리와 사람들
4.외국의 사투리 보존과 현황
5.대담
◆사투리 연재 자문단
김주영 소설가
안도현 시인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
김동욱 계명대학교 교수
백가흠 계명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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