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군 기강 해이, 은폐 근절 시스템 필요…오롯이 빡센 훈련, 경계근무로 기강 잡아야!
취임 후 각종 잘못에 대한 사과에 인색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불거진 군내 부실 급식 사례와 여군 부사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 6일 제66회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병영문화 폐습에 대해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매우 송구하다'는 표현으로 사태의 심각성과 책임감을 통감한다는 뜻을 전했다. 공군 여중사 성추행·극단적 선택 사건에는 매우 단호함을 보였다. 지난 3일 이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 지시, 4일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의 사의 즉각 수용에 이어 현충일 공식 사과에 이르기까지 전에 없이 신속함을 보였고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빌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다. 대통령의 사과를 우리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통령에 비판적인 국민 다수는 선택적 분노와 선택적 사과로 받아들인다. 병영문화 폐습이란 말로 과거의 잘못으로 돌린다는 지적도 있다. 이젠 말 대신 행동으로 개선 의지를 보여달라는 주문도 있다.
병영문화의 폐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문재인 정부 들어 유독 많아진 것 같다. 사건·사고를 비롯해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시시콜콜 뉴스로 전해지다 보니 국민 피부에 와닿는 심각성이 부각한 것이다.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벌어진 은폐된 일들이 쉽게 알려지면서 대중의 흥미를 더 돋우는 느낌도 있다.
기자가 군 복무한 1980년대는 어마어마한 뉴스거리도 보도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사건·사고가 은폐되거나 왜곡 처리됐다. 비무장지대(DMZ) 작전 과정에서 월북을 권유하는 고향 사람의 북한 방송을 들은 적도 있다. 며칠 후 그가 독일에서 북한으로 납치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운전병으로 복무한 친구는 훈련 중 졸음운전으로 트럭이 다리 아래로 떨어지면서 동료 10여 명이 숨지는 사고를 냈으나 의병 제대했다. 그는 술에 취하면 당시 사고가 노후 수송 차량 때문에 발생한 일로 처리됐다고 횡설수설했다.
문제는 세상이 달라지는 속도를 군대가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군대는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특성상 변화에 무딘 편이다. 계급에 따른 조직 문화 체제에서 자발적으로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 국방부 등 정부가 변화된 환경에 따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등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군대 내에서 절대적 비율을 차지하는 사병에 대한 인권과 자유를 대폭 강화하고 여군에 대한 성 평등 의식을 높였음에도 이들을 관리하는 군 간부들이 이런 변화를 외면하거나 더디게 반응한다고 볼 수 있다.
여중사 성추행 의혹 사건을 들여다보면 층층이 은폐로 얼룩져 있다. 공군참모총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그것으로 일단락될 사안이 아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번 사건의 파문 확산을 막으려 집요한 피해자 회유와 조직적 사건 은폐가 시도됐다면 관련 책임자들을 가려내 벌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고 성 평등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여성 군인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고 있음에 놀랄 수밖에 없다. 여군을 동료와 전우가 아닌 성적 대상화 하는 일부 남성 군인들의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상명하복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성추행하는 행위는 벌 받아 마땅하다. 군대에서 성 관련 비위가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남성 위주로 구성된 군 지휘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부실 배식에 대한 고발을 접하는 국민의 마음은 불편하다. 군 지휘부가 개선을 다짐했는데도 반복되고 있다. 배고픔을 모르고 자란 요즘 병사들에게 끼니를 대충 때운다는 얘기는 통하지 않는다. 강원지역 한 부대에서 간부들이 따로 식탁을 사용하고, 남은 음식과 쓰레기 등의 뒤처리를 병사에게 미룬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는데 믿기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인권 강화와 자유 확대는 군 질서를 어지럽히고 훈련 부족으로 인한 군사력 약화를 초래할 조짐이다. 병사들이 입대 후 처음 접하는 훈련소에서부터 훈련병들이 인권을 내세우며 조교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큰 변화는 휴대전화 사용에서 비롯되고 있다. 병영문화가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초급 장교인 소대장과 중대장이 유치원생 돌보듯 부모 전화를 받으며 병사들을 보호하는 게 주요 업무라고 한다.
사건·사고는 도 넘은 군 기강 해이에서 비롯된다. '강한 군대는 사건·사고 없다'는 말은 정설로 통한다. 강도 높은 훈련과 경계근무가 이뤄지는 부대에서는 사건·사고가 날 틈이 없다. 가뜩이나 복무 기간이 짧은 데 훈련마저 부실하니 엉뚱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9.19 군사합의 후 훈련을 정상적으로 하지 않고 병사의 인권과 복지만 강조하다 보니 군인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고교 졸업 후나 대학 재학 중에 가는 군대는 대한민국 남성의 의무이지만, 제대 후 삶의 설계와 사회생활에 앞서 인내심을 배우는 곳이다. 추억거리 하나라도 남기고 어느 정도 불합리에 대한 인내심을 키운다는 각오가 군인들에게 필요하다.
모든 책임은 군 지휘부가 져야 한다. 출세욕에 눈먼 정치군인들이 현 정부의 정치 성향에 매몰돼 군대를 병들게 하는 건 아닌가. 부실 급식 사례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대대장들이 식사 시간에 배식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부실 급식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빚어진 일시적인 일이지 누가 양식을 빼돌린 범죄가 아니다. 휴가온 군인으로부터 강화된 훈련과 경계근무, 체력단련 때문에 입에 단내가 나고 짬밥이 맛있다는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분단국가의 군 지휘부가 할 일은 강군 양성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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