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자산투자 관심 커지며 2030세대들 ‘미술 경매’ 뛰어들어
고가·유명 작품 소유권 ‘공동구매’도…반드시 고수익 장담 못해, 리스크 따져야
대구의 직장인 이수환(가명·29) 씨는 지난 26일 서울 한 미술품 경매업체에 온라인 경매로 등록된 신진 작가의 80호 규격 그림을 95만원에 낙찰받았다. 이 씨는 앞서 부산국제미술전에서 해당 작가 작품들을 접하고 관심을 뒀던 데다, 시중 갤러리에서 300만원 이상 가격에 거래될 규격 작품이 시작가 0원에 올라온 것을 보자마자 주저않고 입찰했다.
이 씨는 직장에 취업해 소득을 모으고부터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 등 다양한 투자에 뛰어들었다. 2년 전부터는 학창시절 미술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좋아했던 미술품을 직접 소장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에 온라인 미술품 수집가 커뮤니티, 개인 블로그, 미술 경매 관련 서적 등에서 미술품 소장 방법을 익혀왔다. 실전 경매에 뛰어들어 낙찰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씨는 "경매에는 시장에서 한번 인정받은 작가·작품이 주로 나온다. 이번처럼 0원 경매 기회도 많아 평범한 사회 초년생도 큰 부담 없이 좋은 작품을 구할 수 있다"면서 "이제 막 시작한 미술가들을 응원하고 이들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점, 좋은 작품을 내 집에 꾸며 두고 그의 성공을 응원하다가 미래 작품 가치가 높아지면 이를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아트테크(Art-Tech, 미술품+재테크)가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과거처럼 자산가나 고소득자가 고가 미술품을 사던 것에서 벗어나 누구나 소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는 현물 자산으로 매력이 커진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들 특유의 소비 문화인 '좋아하는 것에 가치 투자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고 시세 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트테크에 뛰어든다.
◆주식·가상화폐보다 안정적 투자, 세제 혜택도 커
국내에서 아트테크는 2016년 5월쯤 처음 화두가 됐다. 지금 같은 저금리 시대에 미술품을 소장할 기회와 수익창출을 꾀하는 새로운 투자법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유했던 희귀 미술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포털 등 웹사이트에서 '아트테크'는 5천여 건 검색된 것으로 나타난다.
연령별 검색 비율을 보면 특히 2030세대 관심이 높았다. 20대가 44%, 30대가 27%를 각각 검색해 전체의 71%라는 압도적 비중을 보였다. 통상 4050세대가 재테크에 크게 관심갖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주식·가상화폐 경우 변동성을 고려해야 하고 부동산은 워낙 고가라 2030세대가 선뜻 투자하기 힘들다. 이와 달리 미술품은 가격 하락 우려가 비교적 크지 않고, 저작권 관련 인식도 나날이 확립되고 있어 투자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트테크 수요가 커지다 보니 구매자에게 작품 관련 전문지식이나 분석을 제공하고 구매를 돕는 업체, 큐레이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 대구점 7층에도 미술품 유통 플랫폼 브랜드 '갤러리 K'가 입점했다. 제휴된 100여 명의 역량 높은 작가들 작품을 판매하며 구매자에게 컨설팅도 제공한다.
이곳에서 구매한 미술품은 향후 계약된 보유 기간 등 조건을 만족한 뒤 갤러리 K에 재판매를 요청하는 등 경우에 따라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있도록 했다. 한번 구매한 작품을 법인이나 다른 개인에게 임대할 수 있게끔 중개도 해 준다.
문태훈 롯데백화점 대구점 영업기획팀장은 "아트테크는 구입한 미술품으로 월 임대료 및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자본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술품 투자는 세제 혜택이 큰 것도 매력이다.
미술품은 양도할 때만 세금이 붙는다. 기타소득으로 과세되며 세율은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다. 취득가액 기준이 아니므로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나, 비과세·감면이 많아 이 점을 상당부분 상쇄해 준다.
작품의 양도가액이 6천만원 이하이거나, 작가가 현재 생존한 경우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다. 양도가액이 6천만원 이상이면 필요경비율을 80%로 계산해 나머지 20%만 차익으로 보고 그에 대해 과세한다. 양도가액이 1억원 이하거나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이면 필요경비율이 90%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미술품 취득가액이 1억원, 양도가액이 1억5천만원이면 소득세는 660만원으로 양도차익(5천만원)의 13% 수준이다. 만약 해당 그림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필요경비율이 90%로 오르면서 세금은 330만원으로 떨어진다.
살아 있는 국내 작가의 작품은 가격과 무관하게 비과세다. 이에 잠재력 있는 국내 작가 작품에 투자했다가 그림 가치가 확 뛸 것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 이미 자리잡은 현존 작가들 작품도 수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소유권 쪼개 '공동구매'도…인기 작품은 판매 종료 '1분 컷'
고가 미술품을 공동구매(공동소유)하는 신 풍토도 나타나고 있다. 소액으로 유명 작가 그림의 소유권 일부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층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8년 이후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속속 생겨났다. 플랫폼 업체가 작품 가격을 매긴 뒤 수백~수만 조각으로 나눠 펀딩을 시작하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금액만큼 투자하는 식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마우스 클릭 한번에 미술품 일부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실제 지난 1월 27일 오전 10시 국내 온라인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A사에서는 일본 유명 화가 야요이 쿠사마의 그림 '인피니티 네트'((Infinity Nets)'가 1천100만원 고가에도 불구하고 구매신청을 시작한 지 1분만에 32명에게 나뉘어 판매됐다.
지난해 8월 B사가 내놓은 요시모토 나라의 'Slash with a Knife'도 20초 만에 완판됐고, 한달 뒤 C사가 내놓은 호안미로의 'The Seers Ⅲ'도 30초 만에 마감됐다.
또 국내 생존 작가 작품 중 최고가 타이틀을 얻은 이우환 작가의 '동풍 S.8508B(15억9천500만원)'에는 257명이 투자했고, 이 작가의 '프롬포인트(3억1천만원)' 펀딩에는 262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구매한 미술품은 투자자 한명이 자신의 공간에 소유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존 미술품 투자 방식과 다르지만, 작품 가격이 올랐을 때 소유권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플랫폼 업체들은 공동구매로 판매를 마친 작품을 투자자들로부터 임대해 전시하면서 부가수익을 얻는다.
◆작가 명성 높아질 지, 판매처 리스크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아트테크가 반드시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아트테크 플랫폼은 금융당국에 신고·등록하는 금융투자업체가 아니므로 그림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입더라도 소비자 피해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 해당 플랫폼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과정도 쉽잖다.
아울러 미술품에 투자한 뒤 수익을 얻으려면 경매에 내놓거나 전시회에 렌탈해야 하는데, 주식이나 채권 같은 여타 투자자산에 비해 그와 같은 거래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한계다.
특히 공동구매하는 경우엔 미술품 일부분에 대해서만 소유권을 가지므로 판매·보유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술품의 가치를 분석하거나 미래 시장 가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투자 때 고려할 사항이다. 한 예로 작가가 도중에 작품활동을 그만두거나 명성을 얻지 못한다면 그림을 재판매하기 힘들어 진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개개인이 현재 미술 시장의 흐름, 작품 사이즈, 작가에 대한 배경, 구매처(플랫폼)의 신뢰도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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