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존 M.렉터 지음/ 양미래 옮김/ 교유서가 펴냄
마하트마 간디와 제프리 다머(1960~1994·모두 17명을 살해했고 시신을 절단하고 인육을 먹음), 넬슨 만델라와 아돌프 히틀러, 테레사 수녀와 이오시프 스탈린. 전자들은 비폭력과 자기희생, 헌신의 삶을 살았는데, 후자들은 수많은 인명을 살해한 살인귀들이다.
왜 같은 인간종이면서 이렇듯 다를까? 후자들은 왜 그토록 잔인한 짓을 저질렀을까? 게다가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종족 살해와 탄압이 그치질 않고 있다.
'인간이 왜 잔인해지는가?'에 대한 답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각 개인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현실 인식과 관심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대상화, 즉 타인을 존경과 공경을 받은 주체가 아니라 사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타인을 사물처럼 대하는 심리적 관념인 대상화는 3가지 스펙트럼을 가지는데, 첫째 '일상적 무관심'이고, 둘째는 '유도체화'로, 이를 풀어보면 타인의 존재가 지닌 면모나 내면세계를 무시하거나 평가절하는 단계다. 셋째는 대상화 스펙트럼의 최극단에 자리한 '비인간화' 단계로 이렇게 되면 같은 인간종을 마치 해충이나 벌레 취급을 하게 됨에 따라 연민이나 도덕성은 사라지면서 대량 살육의 현장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심리학, 철학, 사회학, 종교학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에서 대상화가 우리의 일상이나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학대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 중 악행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는 행동은 없다. 악은 인간 내면에서 비롯되며 최악의 잔혹행위는 잔혹한 이념을 가진 집단과 함께 자신의 자아에 집착할수록 더 강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저자는 '플라톤의 동굴'에 비유되는 그림자 세계관을 벗어나 깨달음의 상태로 나아기기 위해 힌두교, 유대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종교적 전통을 살펴봄으로써 인류가 깨달음의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지난 수천 년 동안 찾아 나섰고 소수만이 실제로 그런 경로를 따라 '플라톤의 동굴'에서 빠져나온 사례를 들어 대상화 문제가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는 아니라는 점도 시사한다.
"욕망은 중독에 버금갈 수 있다. 무엇을 얼마나 소유하든 자아를 영원히 만족시킬 수는 없다. 사물에 대한 애착이 없는 상태가 존재에 집중하는 삶의 핵심이다."
저자의 웅변은 한번쯤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 448쪽,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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