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저히 무능한 참모들을 넓은 아량으로 품는 文대통령

입력 2021-05-25 05:00:00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대를 모았던 코로나19 백신 외교는 국민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 것은 우리 정부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4월 20일 국회에서 백신 스와프를 언급하며 국민 기대치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이달 17일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며 "일상 회복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18일 미국이 해외에 풀기로 한 백신 8천만 회분과 관련, '조율 중'이라고 했다.

이번에 국내 4대 기업이 총 44조 원의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푼 것은 투자와 경제 협력의 문제지만, 백신 확보를 위한 지원 사격 성격도 있었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통해 확보한 백신 물량은 우리 장병용 55만 명분이 전부였다. 이 역시 성과이긴 하지만 정부가 '백신 스와프'까지 언급하며 기대를 품게 한 물량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이 애초 해외에 풀기로 한 백신 8천만 회분은 백신 구매 여력이 없는 개도국과 후진국에 공급할 물량이었다. 그러니 우리가 미국에 진단 키트와 마스크를 지원했고, 대규모 투자 보따리까지 푸는 만큼 개도국에 공급할 백신 중 일부를 우리에게 달라는 것은 미국 정부가 들어주기 힘든 요구였다. 상대의 입장, 원칙, 목표를 파악하지 못한 채 나의 '희망'만 생각하며 '병아리셈'한 것이다.

백신 외교뿐만 아니다. 2019년 2월, 북미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순간까지도 우리 정부는 양국 간의 획기적인 진전, 통 큰 합의를 기대하며 후속 대책을 세우느라 바빴다. 그뿐인가. 대북 정책,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문제, 일자리 등도 현실을 도외시한 채, 그저 '희망 사항'으로 여기저기 들쑤셨다. 참담한 실패는 당연한 결과다. 참모들이 이토록 무능해도 자르지 않는 걸 보면 문 대통령은 아량이 참 넓은 모양이다. 보통 기업의 사장이 이처럼 무능한 간부를 보았다면, 진작에 해고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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