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법에 맞는 올바른 언어 사용을

입력 2021-05-24 06:30:00

김은경(주부)

김은경(주부)
김은경(주부)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서 그 사용례가 맞지 않아 귀에 거슬리는 말이 있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 것 같아요'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음식을 먹은 뒤 '이 음식은 정말 맛있는 것 같아요'라거나 경치를 구경하고 난 뒤 '이곳에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라는 투다. 이 용어는 '그런 부류에 속한다' 또는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로, 이 표현은 자기 의사를 생각한 대로 나타내기 어렵거나 그대로 표현하기 싫다는 거부의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자신이 직접 음식을 맛보고 난 뒤 느낌이나 판단이라면 '정말 맛있어요'라고 해야 옳다. 자신이 직접 먹어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간접적으로 내린 결론이라면 '정말 맛있는 것 같아요'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같아요'라는 말의 속내는 적당하게 둘러대 자기의 책임을 희석시키거나 회색 지대에서 교묘히 자신을 은폐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다. 자기의 주관이 뚜렷하다고 주장하는 젊은 층에서 이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요즘 많은 사람이 별 생각 없이 '형제분' '선배분' '지인분' '시민분' '스타분'이란 말을 쓴다. 상대방을 높여서 이르는 말인 의존 명사 '분'을 아무 단어에나 뒤에 붙여서 이상한 말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로, 귀에 거슬린다. 형제, 선배, 지인, 시민, 스타라는 단어 자체가 낮춤말이 아니므로 굳이 뒤에 '분'을 붙여 쓸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런 말들은 어법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필요치 않은 사족 같은 말이다. 높이기 위함이라면 '분' 대신 그 대상에 대한 높임을 나타내는 격조사인 '-께서'를 단어 뒤에 붙여주면 된다. 특히 남의 아내나 딸을 높여 부르는 말인 '부인' '따님'에다 '분'을 덧붙인 '부인분' '따님분' 등은 이중 경어체로 매우 잘못된 표현이다.

운동 경기가 끝나고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흔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보조형용사 '싶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욕구를 갖고 있음을 나타내거나, 앞말대로 될까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결국 '싶다'는 현재의 확정적이거나 단정적이 아닌, 미래의 막연한 희망이나 바람 또는 미래의 걱정과 근심을 내포하는 말이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한 운동선수의 본래 의도는 미래의 막연한 희망이나 바람이 아님이 분명하다. 이런 경우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함으로써 미래의 소망이나 차후의 유보가 아닌 현재 자신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해야 옳다.

이처럼 우리가 쓰는 말 중 문법적으로 맞지 않아 듣는 사람의 귀에 거슬리는 표현을 쓰는 것은 언어 공해이자 언어 파괴 행위이다. 말과 언어는 정해진 문법과 사용법에 따라 그 상황과 용도에 알맞게 사용돼야 한다. 교육 당국은 언어 사용 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올바른 언어 생활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과 언어문화 개선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우리 역시도 생활 속에서 올바른 언어 사용을 실천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