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82개 대학도서관 중 최우수 그룹
70년대는 현재 박물관 건물, 1982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필자가 입학한 1979년의 경북대학교 도서관은 붉은 벽돌로 지은 3층 건물(현 박물관)이었다. 2층의 넓은 열람실에는 긴 테이블마다 의자가 빼곡히 놓여 있었고, 출입구 위 벽면에는 '온고지신(溫故知新)' 4글자가 열람실을 굽어보고 있었다. 교내에 식당이 없던 시절이라 도시락을 싸들고 오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겨울철이면 열람실 중앙의 연통난로 위에 양은도시락이 층층이 포개져 있었다. 이 도시락들은 아래에서부터 놓인 순서대로 데워지기 마련이어서 늦게 온 학생들은 온고지신 편액을 쳐다보며, 오래된(故) 도시락은 따뜻하게(溫) 먹고 새(新) 도시락은 알아서(知) 먹어야 한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이렇게 비좁지만 정겨웠던 도서관이 1982년 현재의 자리로 옮겨갔다. 열람석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졸업정원제로 갑자기 불어난 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도서관의 아침은 개관 시간을 기다리며 줄지어 있는 책가방들과 함께 열렸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들이 발을 동동 구르던 풍경은 1980년대 열람실의 일상이었다. 이제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없다. 그 시절 그 일상 속의 책가방과 학생들은 지금 모두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간 경북대 중앙도서관은 1990년의 신관 신축과 2000년의 증축으로 8천868평의 공간과 4천780석의 열람석을 확보했다. 2017년에는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다시 증축해 현재 1만여 평의 공간과 약 5천석에 달하는 열람석을 갖추었다. 줄 서 있던 책가방과 동동거리던 학생들은 아마 이렇게 확장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을 터이지만, 3만 학생들에게 이 열람석은 충분한 것일까. 그 부족한 자리는 어디에서 메꾸고 있는 것일까.
만남의 공간이었던 다방이 커피숍이 되더니 이제는 카페라고 부른다. 이곳은 더 이상 만남의 장소가 아니다. 함께 있는 자리보다 혼자 앉은 자리가 더 많고, 그들은 대부분이 대학생들이다. 그들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책과 노트북을 펼쳐놓고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간혹 중년들이 다방인양 담소를 나누어도 이어폰을 낀 학생들은 개의치 않는다. 그랬다! 도서관 앞에 줄 서 있던 그 책가방들이 카페로 들어온 것이다. 다방과 도서관을 엄격히 구분하며 살아온 세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운 현상이다.
2019년 1월에 경북대학교 중앙도서관은 구관과 신관의 1층을 전면 리모델링했다. 열람실의 꽉 막힌 칸막이가 열린 공간이 되었고, 책이 가득 쌓여 있던 서가는 커피향 은은한 담소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카페의 여유와 자유가 대학 도서관으로 옮겨온 것이다. 도서관이 카페가 되었다고 개탄하는 교수들도 있지만, 필자가 둘러본 그날 학생들은 행복해 보였다. 담요를 덮고 소파 깊숙이 잠든 학생도 있었고, 커피 잔을 들고 속삭이는 학생들도 있었으며, 북갤러리에 조화롭게 꽂혀 있는 책들 사이에서 지식에 몰두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근엄하던 대학도서관이 이제 휴식과 소통과 학습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했다.
최근 교육부는 전국 382개 대학도서관에 대한 평가에서 경북대 도서관을 최우수 그룹으로 선정했다. 350만 권의 장서와 4만2천여 종의 전자저널로 국내 대학도서관 가운데 2위의 지식 기반을 확보하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한 결과일 것이다. 필자가 살펴 본 경북대학교 중앙도서관은 명실상부한 대학의 심장이었다.
이세동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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