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코인 시장 동물농장

입력 2021-05-13 05:00:00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요즘 가상화폐 시장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도지 코인'(Doge coin)이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2013년 몇 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낸 가상화폐다. 가상화폐의 선봉장 격인 비트코인이 불법 마약 거래 사이트에서 사용되는 것을 보고서 가상화폐 가치에 거품이 있음을 보여줄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발행 총량에 제한이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도지 코인은 무제한 발행이 가능하다.

이름부터가 장난스럽다. 한 유튜브 인형극 채널에서 'Dog'(개)를 'Doge'로 잘못 표기한 데서 착안, 그런 이름을 붙였다. 마스코트로는 인터넷에서 나도는 유명한 시바견 사진을 썼다. 빌리 마커스는 도지 코인이 투자 열풍을 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2018년을 제외하고 도지 코인은 1센트 이상으로 거래된 적이 없다. 그러다가 올해 초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강력한 '펌프질'을 받은 이후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다.

돈 냄새 나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도지 코인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이를 패러디한 가상화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시바이누'(Shiba Inu), '허스키'(Huski), '핏불'(Pitbull), '아키타 이누'(Akita Inu) 등 대부분 견공을 마스코트로 쓴다. 급기야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삼은 '진도지'(Jindoge)도 등장했다. 돼지가 마스코트인 '피그'(Pig)도 있다. 이러다가 가상화폐 시장이 동물 농장이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코인으로 팔자를 고쳤다"는 성공담이 많은 사람들을 가상화폐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가상화폐가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제로섬 게임 특성상 누군가는 상투를 잡게 돼 있다.

냉정하게 말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자산 투자는 '바보 찾기 게임'에 비유되곤 한다.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값에 사주는 바보가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 가상화폐는 특히 더하다. 문제는 누가 바보가 되느냐이다. 내가 바보가 될 일 없다고 누구나 생각하지만, 사회 전체로 볼 때 누군가는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상화폐 시장이 불순한 시세 조종과 먹튀가 없는 공정 시장이라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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