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고액 수익 건지는 극소수 사례가 다른 이들 투자 유발
빚 지고 극단 선택 잇따르던 ‘2017년 가상화폐 광풍’ 반복 우려
홍준헌 경제부 기자
최근 한 단톡방(단체대화방)에서 결혼을 앞둔 30대 친구 A가 "지난해 여윳돈 2천만 원으로 사 뒀던 MFT 등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들이 최대 10억 원까지 불었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그는 4월 중순 급락장에 최고 수익의 반토막인 5억 원까지 떨어지자 이를 부랴부랴 현금화한 뒤 신혼집 마련 자금에 쓴다고 했다.
가상화폐를 지녔던 동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급등락하는 시세를 살피느라 근무 중에도, 잠자리에서도 수차례씩 차트를 들여다봤다. 2원짜리 코인이 0.4원으로 떨어져 -80% 손실이 났을 땐 '결혼이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컸다.
A는 "한때는 가상화폐로 100억 원을 벌고서 일찍 퇴사하는 장밋빛 꿈도 꿨다. 실상은 손실권에도, 수익권에도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최대 화두는 '가상화폐'다. 지난해 주식에 열 올리던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가 가상화폐로 옮겨간 모양새다. A 같은 특수 사례가 재빨리 퍼지다 보니 많은 이들이 그런 성공담을 각자의 미래로 여겨 도전한다.
내 집 마련, 결혼을 걱정하는 2030 청년층의 관심이 특히 뜨겁다. 2017년, 이미 지나간 '가상화폐 광풍' 끝에 어떤 결과가 오는지 지켜본 바로는, 현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
그해 1월 2일 국내 거래소에서 132만 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하반기 1천만 원대로 올랐다. 지금처럼 '성투' 사례가 쏟아졌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유망성에 기대하는 이들이 넘쳐 났다. 가상화폐 효용을 다룬 토론회가 연일 화제였다. 각국 정부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열풍은 급랭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1월 초 국내 거래소에서 2천500만 원대를 찍은 뒤 급락해 같은 해 연말 426만 원으로 80% 이상 떨어졌다. 성공 사례는 말 그대로 소수에 그쳤다. 뒤늦게 가상화폐 존재를 알고 뛰어들었다가 운 좋게 본전치기로 그친 경우가 많았다. 감당 못 할 손실에 거액 빚을 지는 사람이 잇따랐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속속 나왔다.
그리고 4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올라 최고 8천%까지 뛰었다. 가상화폐 사용처·기술은 크게 진보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 심리만 '사자'로 돌아서며 가치가 급등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정확한 가치도, 등락 원인도 모르겠다"고 한다.
일찍 투자했던 이들이 후발 투자자들에게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쥐여 주고 떠났던 과거 악몽이 언젠가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최근 급락장에서도 누군가는 무리를 해 투자했다가 물렸을지 모를 일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통화 체계의 안정성, 개인의 불행 최소화, 범죄 이용 방지 등을 이유로 가상화폐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 청년들은 "정부가 계층 이동 사다리를 걷어찬다. 투자할 자유를 보장하라"며 분노한다. 정작 더 나은 삶을 위해 정부에 요구할 근본 대책은 경기 개선이나 집값 잡기일 텐데도 말이다.
'인생은 한강뷰 아니면 한강물'이라는 자못 무서운 우스개마저 나돈다. 가상화폐 투자에 성공하면 고가 아파트에서 살고, 실패하면 죽음밖에 없다는 극단적 농담이다.
부디 이처럼 가상화폐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기만 바란다. 변동성 높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한강뷰' 인생을 얻는 이는 또다시 소수에 그칠 것이다. 너무 큰 욕심은 성공 투자로부터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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