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外 잡일까지 떠맡기는데, 센터 알려도 "견뎌라" 답변만
반발했다 되레 해고 될 수도…"실질적 보호 장치 마련 시급"
#1. 방문 요양보호사로 4년 동안 일한 A(51) 씨는 남자 어르신이 목욕할 때 음란행위를 해 당황했던 적이 있다. A씨는 "더 끔찍한 건 이런 일을 당해도 그 어르신을 매일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라며 "방문요양센터에 피해를 호소해도 '그냥 참아라'는 답만 돌아올 뿐이다. 더 반발하면 해고당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2. 요양보호사 B(57) 씨는 대구 요양병원과 요양원 소속으로 일할 때 여자 어르신이 자기 아파트 9층 거실 창문 바깥쪽 전체를 닦으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고 했다. B씨는 "지난 7년간 요양보호사가 아니라 '히스테리를 받아주는 파출부'였다. 극심한 업무 강도와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참다못해 한 달 전 일을 그만뒀다"고 했다.
노인 돌봄을 맡은 요양보호사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성추행이나 업무 외 노동으로부터 요양보호사를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의 요양보호사는 올해 2월 말 기준 2만2천425명에 달하지만 요양보호사 지원기관은 없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 최근 '노동환경실태 조사'를 한 결과, '업무 중 어르신으로부터 성희롱이나 폭언, 폭력 등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541명 중 81.3%인 438명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의 식사 준비와 빨래, 집 청소 등 돌봄 업무 외 노동까지 떠맡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후연 전국사회서비스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업무외 노동을 금지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있어도 민간 요양기관들이 경쟁 속에서 요양보호사들에게 무리한 서비스를 강요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당함을 알려도 센터장들끼리 블랙리스트가 돌아서 이직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냥 참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 한 요양원 관계자는 "요양보호사들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기관 입장에선 수급자(어르신) 하나하나가 '고객'이다보니 수급자의 말을 더 들을 수밖에 없다. 요양센터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강하게 주의를 주기도 힘들다"고 했다.
열악한 지위도 요양보호사가 제 목소리를 못내는 원인이다. 요양보호사들은 민간 요양기관과 1년씩 근로계약을 맺으며 '을'의 입장에 놓이게 된다. 수급자의 변심이나 사망·병원 입원 등으로 일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고용 여건도 불안하다.
김미숙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장은 "요양보호사가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담당 부서가 없어서 실태 파악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라며 "대구시가 앞장서서 실질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시행된 관련 조례를 바탕으로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해 5년마다 세부시행계획을 세우는 등 노력할 방침"이라며 "필요한 경우 실태조사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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