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규 대구공군전우회 부회장
A가 후배와 함께 친구를 만났다.
"어이 친구! 오랜만이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옆에 있는 후배를 보고 친구가 묻는다. "누구?"
A가 말한다. "어, 내 후배야" "인사해!"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말이다.
그러나 친구가 "누구?"라고 물었을 때 "아! 내가 친동생처럼 아끼는 대학 후배야"라고 소개한 후 후배에게 "저 친구는 둘도 없는 죽마고우, 절친인데 아주 멋진 친구야! 인사 드려라"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B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하는 말, "잘 먹고 갑니다". 이처럼 "잘 먹고 갑니다" 혹은 "수고하세요"라고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사장님! 오늘 식사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반찬이 깔끔하고 담백해서 제 입에 딱 맞았습니다. 특히, 청국장은 일품이었어요!"라며 엄지척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기분이 한껏 좋아진 사장님은 B를 기억하게 될 것이고 다음에 오면 서비스 하나라도 더 주지 않을까?
이게 끝이 아니다. "이렇게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주방 이모님은 어떤 분인지 얼굴 한번 보고 싶네요"라고 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요, 화룡점정이리라.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이처럼 말이 갖는 힘이란 그 무게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크다 하겠다.
'말의 품격'이란 책에서 작가 이기주는 언위심성(言爲心聲), 즉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그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했다. 말은 자신의 생각을 겉으로 표현하는 '마음의 소리'이다.
명심보감에서도 '이언지언(利言之言) 난여면서(煖如綿絮), 상인지어(傷人之語) 이여형극(利如荊蕀)'이라 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처럼 따뜻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며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성계가 조선 건국의 주역이었던 무학대사에게 농담조로 묻는다.
"대사! 나는 그대가 사기꾼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잠시 생각하던 무학대사가 말하기를 "저는 전하가 부처처럼 보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흐뭇해진 이성계가 "정말로 제가 그렇게 보입니까?"라고 하자 무학대사가 "시안견유시(豕眼見惟豕) 불안견유불(佛眼見惟佛)이지요"라고 했다. 돼지의 눈으로 보면 돼지처럼 보이지만 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언중유골이요 촌철살인의 백미라 하겠다.
이처럼 말은 그 사람의 심성을 알 수 있는 '마음의 소리'이다.
그러나 요즈음 정치권에서는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쓰레기'니 '돌대가리'니 하면서 인격 모독은 물론 '이 새끼 저 새끼'라는 직장 상사의 막말 갑질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조선시대 정조는 "내 평생, 천한 마부한테도 이놈 저놈이라 부른 적이 없다"고 했다.
왕조시대 군왕도 이럴진대 자유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아무 말 대잔치가 그야말로 가관이다. 자라나는 새싹들의 인성을 생각하고 내 가족과 사랑스러운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좀 더 부드럽고 품위 있는 말을 쓸 수는 없을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 대던 이들의 입에서 좀 더 품위 있고 인정미 넘치는 향기로운 덕담이 요구되는 작금(昨今)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티 없이 맑고 밝은 어린이들의 화사한 미소를 보면서 언위심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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