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예술도시 대구’를 기억하고 발전시킬 아카이브 구축

입력 2021-04-30 05:00:00

대구 문화예술의 소중한 기록과 흔적, 역사를 정리해 보관한 '대구 문화예술아카이브 열린 수장고'(이하 열린 수장고)가 29일 개관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열린 수장고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의 문화예술적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기억의 공간으로 대구시가 1년 가까이 수집한 근현대 문화예술 역사자료 1천 점을 보관하고 있다. 멸실 우려가 컸던 희귀 자료들이 많은데 지난해부터 대구시가 추진해 온 아카이브 구축 사업의 결실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열린 수장고에서는 대구 문화예술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주요 자료들과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발족한 대구시 문화예술아카이브팀은 지역의 예술단체 사무실과 공연장 한구석에 먼지를 덮어쓰고 방치돼 있던 과거 팸플릿·포스터·음원 등을 찾아냈으며 1930, 40년대에 태어난 대구 원로 예술인들을 방문해 구술 영상 등을 제작했다. 컬렉터들의 기증 사례도 잇따라 상화 시인과 독립운동가들이 교류한 사연이 담긴 죽농 친필 10폭 병풍도 대구로 와 현재 대구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기억하는 자가 사라지면 역사는 왜곡된다고 했다. 그래서 아카이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피에르 몽퇴 등 전설적 해외 음악인들이 대구 예술인들과 교류하면서 남긴 편지와 전보를 비롯해 전쟁 통에도 바흐의 음악이 흘렀다던 1950년대 대구의 도심 음악다방 흔적 등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아카이브의 힘이다.

대형 공연장·전시관을 짓는다고 문화예술이 융성하는 것은 아니다. 하드웨어 못지않게 콘텐츠도 중요하다. 대구 근현대 문화의 산증인인 원로 예술가들 상당수가 생존해 있는 지금이야말로 아카이브 구축의 마지막 기회다. 대구 문화예술아카이브 사업은 이제 첫 단추를 끼웠다. 기억된 자료들을 후대에 이어 주는 디지털화 등 숙제도 많다. 아카이브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투자로 명실상부한 유네스코 공연문화예술도시 대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