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내로남불?…"공직자 재산신고 대상 아니다"

입력 2021-04-26 16:36:33 수정 2021-04-26 20:57:34

공직자 보유·세탁 파악 불가…당국 ”매매·거래자제”
거액 보유해도 신고 의무 없어…과세 대상인데 법 위반 해당 안돼
금융위, 직무 관련자들 일제 점검·금감원 '투자 유의' 공지

26일 오전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직자들이 가상화폐를 거액 보유하더라도 공직자윤리법 상 재산신고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를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정작 관련 직무를 보는 직원들 관리에는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는 지난해 세법 개정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됐음에도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공직자 재산신고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공직자 재산신고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는 재산신고 변동요약서에 증감사유를 기재토록 안내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의무나 공개 대상은 아니다. 즉, 재산신고 의무가 있는 공직자가 가상화폐를 잔뜩 사들이고 신고하지 않더라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정부가 공직자들의 가상화폐 보유 현황을 완전히 방관한 것은 아니다.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가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가상통화' 관련 내용을 반영해 행동강령을 개정토록 통보했다. 직무에 따라 파악한 정보로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직무 관련성이 있는 부서와 직위의 공직자는 보유 현황을 신고하라는 것이다.

다만 기관장이 직무 관련성을 자발적으로 판단해 행동강령 여부를 결정토록 한 탓에, 비슷한 직무를 하는 기관 가운데도 일부는 행동강령을 고치지 않았다.

국세청은 최근 정부부처 중 처음으로 은닉한 가상화폐를 강제 징수하는 등 관련 직무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나, 행동강령에는 가상화폐 관련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가상화폐 거래소나 이들 거래소에 투자한 기업 정보를 다룰 가능성이 있음에도 관련 행동강령이 없는 반면, 연계 업무를 맡는 한국예탁결제원은 가상화폐 투자 제한 규정을 행동강령에 담았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행동강령으로 직무 관련 부서·직위를 명시적으로 지정하지 않은 기관이라면 사실상 공무원 개인에게 투자 판단이 맡겨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직원들의 가상화폐 투자를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달 7일까지 가상화폐 정책과 관련 있는 부서 직원들의 가상화폐 투자 현황을 보고받는다. 가상화폐를 직접 다루지 않는 부서에도 거래 자제를 요청할 예정이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는 수장인 은성수 위원장이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투자 등)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발언한 만큼 당분간 내부 분위기 단속에 힘쓸 전망이다. 해당 발언으로 청년층 반발이 커진 만큼 직원 일탈이 드러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금융감독원도 같은 날 감찰실 명의로 전 임직원에게 '가상자산 거래 관련 유의사항 안내'를 발송했다. 금감원에선 앞서 2017년 12월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 마련에 관여한 직원이 발표 이틀 전 가상화폐를 팔아 50% 이상 차익을 거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한편, 금감원에는 최근 가상화폐 투자 신고가 1건 접수됐으나, 직무 관련성이 없는 부서 소속이고 금액이 미미해 별도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