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외국인 일손, 경북 농가 '발 동동'…"농사 포기해야 하나"

입력 2021-04-21 17:43:59 수정 2021-04-22 09:28:57

외국인 노동자 절대적 부족…싫은 소리 했다간 결근 사태
계절근로자 사업 추진 난항…입국 후 자가격리 비용 부담

네팔에서 온 린부(35) 씨가 예천군 호명면 소재 한 양돈농가에서 돈사일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윤영민 기자
네팔에서 온 린부(35) 씨가 예천군 호명면 소재 한 양돈농가에서 돈사일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윤영민 기자

경북 농촌 곳곳에서 외국인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부터 입국 외국인이 거의 없는 데다 지역에서 일하던 외국인마저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 풍천면에서 호박 농사를 짓는 김수희(67) 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았고 그들이 열정도 있어 한국말도 배우고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외국인이 절대적으로 적은 데다 일을 하기 싫으면 못 알아 듣는 척을 하고 싫은 소리라도 들으면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아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포항의 경우 지난해부터 외국인 입국자가 거의 없고 코로나19 검사 등으로 불법체류가 탄로날 것을 우려한 근로자들이 숨어버려 코로나 사태 전에 비해 외국인 근로자 수가 절반 정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는 겨울과 초봄에는 부추나 시금치 등 시설 하우스에서 일하거나 과메기 덕장 등에서 일하고 가을까지는 노지 작물이나 고기잡이 배에 투입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크게 줄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영양군의 경우 봄철이면 고추, 사과 재배를 위한 일손이 부족해 수년 전부터 외국인이 일손을 거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며 농가들이 중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영양지역 농가는 중국 출신을 배제한 외국인력 공급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역전됐다.

일손부족 문제가 심각해진 데다 해마다 영양군이 베트남 화방군과 결연을 통해 공급받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 추진도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영양군 관계자는 "지난해는 사업이 무산됐지만 올해는 무조건 외국인 노동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며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후 14일간 국가지정시설에 격리돼야 하기 때문에 140만원 상당의 자가격리 비용이 든다. 이를 농가와 지자체, 노동자가 나눠서 부담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2017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21명을 확보했던 성주군은 지난해 32명을 입국시키려다가 코로나19로 무산됐다.

또 올해는 농가 수요 조사에서 60명으로 나타났지만 1명도 데려오지 못하면서 외국인 인력난은 가중되고 있다.

한 성주참외 농가는 "지금까지는 출하량이 많지 않아 근근이 버텼지만 5월 이후 물량이 쏟아질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면서 "지자체에 요청해도 뾰족한 방안을 들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는 농사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농사를 포기하고 밭 중간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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