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도 빛나는 공직자의 이상…다산정신에서 공직자의 길을 찾다

"공직자는 늘 두려워해야 한다. 지금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행동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공직을 수행하면서 백성들의 마음에 어긋나지 않는지…" (목민심서, 율기 육조)
경북대 도서관은 '목민심서'에 관한 자료를 가장 많이 가진 공간 중 하나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의 1818년 저술로, 그의 500여 저서 가운데 오늘날까지도 가장 많이 읽히는 고전이다. 목민(牧民) 즉 백성을 이끌고, 심서(心書) 즉 마음에 새긴다는 뜻이 우러난다. 18년 귀양살이의 끝 무렵이었던 당시 다산이 직접 행정을 할 수는 없었던 처지였는데, 젊은 시절 자신의 공직 생활을 되돌아보며 쓴 것이다. 국가 제도의 대폭 개혁을 부르짖은 '경세유표'(1817)에 뒤이어 지방행정의 지침서로 자리잡았다.
'목민심서'는 관리가 걸어야 할 올바른 길 즉 솔선수범, 청렴 등 공직윤리를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행정절차와 행정방식을 자세히 기술하면서 지방자치를 비추기도 한다. 많은 백성들이 문맹(文盲)이던 시절이라 목민이라 하였지만, 오늘의 맥락에서는 애민(愛民)으로 통할 수 있다. 실제로 노인 봉양, 빈민 및 재난 구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도 많다.
총 350만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경북대 도서관에서는 '목민심서'와 직접 관련하여 고서 4점을 비롯하여, 단행본, 소설, DVD, 디지털자료 등 400점이 넘는 자료를 볼 수 있다. 단행본에는 방대한 번역·주석서와 함께 이를 쉽게 전달하려는 해설서가 있으며, 또 원본을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한 다양한 책이 많다. 도서관 홈페이지를 검색하거나, 분위기 있는 1층 카페에서 책을 넘겨보시라.

수많은 단행본 중 관심을 끄는 것은 '목민심서'의 영어 번역본이다. 호남대 최병현 교수가 10년에 걸쳐 번역한 책으로 미국의 명문 UC 버클리대학에서 출판되었다. 서양학자들이 이 책을 보면 '목민심서'가 근대 행정학의 효시임을 당장 알아차릴 것이다. 독일의 슈타인(L. Stein) 행정학(1865, 1870)과 굿나우(F. Goodnow) 행정학(1900) 같은 서구의 저서보다 50~80년을 앞섰기 때문이다. '목민심서'는 20세기의 가장 청빈한 국가 지도자로 알려진 베트남 호치민(1890~1969)의 애독서였다는 주장도 진위를 떠나 관심을 끈다.
경북대가 소장한 '목민심서'는 개교 이후 75년간 경대인과 지역민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강조한 이 책은 27만 경대인, 특히 공직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의 귀감이 되었을 것이다. 경북대는 전통적으로 공직 진출 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데(5급 이상 공무원 출신대학 전국 8위), 그 중요한 축으로 올해 출범 50주년인 행정학부가 있다. 아울러 '백학재' 고시원은 행정고시, 입법고시 등 5급 공채 출신 장·차관과 국회의원 등 150명 이상의 고위공직자를 배출해 왔으며, 2019년에는 전국 수석을 배출하기도 했다. 경향 각지의 공직자들이 다산의 가르침에 따라 봉사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배경에 '목민심서'와 경북대 도서관이 자리한 것으로 믿는다.
김석태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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