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동네책방] <12>대명동의 복합 문화공간, 책방 ‘하고’

입력 2021-03-22 11:27:10 수정 2021-08-11 17:45:12

대구 남구 대명동 광덕시장 앞… 6년째 복합문화공간 役
아이들의 전유물 아닌 그림책… 0~100세 읽을 수 있어

대구 남구 대명동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책방
대구 남구 대명동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책방 '하고'의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2016년 10평 짜리 동네책방으로 시작한 책방 '하고'가 2019년 지금의 자리인 대구 남구 대명동 광덕시장 코앞에서 성업중이라는 사실은 어린이가 아닌 그림책 마니아를 자처하는 어른들에게 그다지 새로운 소식도 아니었다. 외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림책 동네책방'으로 시작했지만 매일매일 진행되는 독서모임과 이벤트들을 복기했을 때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범용적인 존칭으로 불려야 마땅하겠다는 의견들이 적잖았다.

"제가 필요해서 시작했죠. 가장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동네책방을, 그것도 그림책으로 시작한 까닭을 책방지기 이수영(42) 씨는 "내가 필요해서"라고 답해줬다. 책방 입구에 붙은 '우리의 필요를 우리가 직접 채우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명패처럼 보였다.

대구 남구 대명동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책방
대구 남구 대명동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책방 '하고'의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왜 그림책이었을까. 취업준비생이던 20대 중반, 문득 그림책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지각대장 존'(존 버닝햄 지음, 비룡소 펴냄)을 봤을 때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다고 했다.

"서점에서 1시간 정도 머문다 해도 우리가 소설책 한 권을 읽을 수 있을까요. 그림책은 5분 내에 울림을 줄 수 있어요. 그림책은 살아온 삶을 되짚게 만들거든요."

그림책을 보며 어른들의 눈물샘이 터질 수 있는 이유였다. 그림책이 던지는 화두가 소설 못지않으며 하나의 질문으로 독자의 온 생애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다.

심리상담을 전공했던 그는 글자가 적은 그림책이기에 각자의 눈으로 보는 만큼 투사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고 직장 생활을 했던 그가 대명동을 택한 이유도 경험에서 나왔다.

"할머니가 사셨던 곳이 대명동이었어요. 골목이 살아있는 곳, 사람들의 정감이 남아있는 곳을 떠올렸을 때 앞산이 보이는 이 동네가 그려졌어요."

대구 남구 대명동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책방
대구 남구 대명동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책방 '하고'의 내부 모습. 김태진 기자

자연, 생태, 환경 등 폭넓은 주제의 북큐레이션이다. 그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어린이의 눈높이라기보다 성인의 눈높이에 가까웠다. 성인들이 봤을 때 어떤 물음표를 던져줄 수 있을까를 가늠자로 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천한 책이 '우리집'(조원희 지음, 이야기꽃 펴냄)과 '고구마구마'(사이다 지음, 반달 펴냄)다.

그림책에 둘러싸이다 보니 갤러리에 온 것마냥 이리저리 감상하듯 살피게 된다. 비룡소, 시공주니어 등 대형 출판사의 그림책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출판사가 펴낸 책도 제법 많다. 일본, 프랑스 등 해외 그림책도 적지 않아 어엿하게 서가를 차지하고 있다. 텍스트 중심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배치로 보였다.

'하고'라는 이름은 '와, 과(with)'의 의미다. 이름에 충실하다. 각종 독서모임으로 일주일이 모자라다. 월요일에는 책읽기 좋아하는 이들과, 화요일에는 동네주민들과,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그림책 좋아하는 이들과, 금요일에는 소설을 영어로 읽는 이들과 함께 한다.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오전 10시 문을 열어 오후 6시면 닫는다. 책방지기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0세에서 100세까지 볼 수 있는 게 그림책이죠."

대구 남구 대명동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책방
대구 남구 대명동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책방 '하고'.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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