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우리는 실패율 90%에 도전한다."
이는 필자가 2017년 국내 대기업 재직 시절 도입했던 사내 벤처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C랩'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기자 간담회에서 최종 목표로 내세웠던 말이다. 당시, 다수의 기자가 "실패율 90%에 도전이라니, 성공률에 대한 오타가 아닌가?" 하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실패율에 도전하자는 것이 맞다. 이는 10%의 낮은 확률로 성공할지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패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이처럼 실패가 예측되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부딪히고 깨지며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비록 실패할지라도 이는 성공보다 가치 있는 경험임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높이뛰기 1m라는 비교적 쉬운 목표를 100번 달성하는 것보다, 높이뛰기 2m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100번 실패하더라도 결국에는 1m 50㎝의 높이뛰기에 성공하게 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인 것이다. 다시 말해,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또다시 도전하는 일은 창조를 위한 건설적인 실패일 수 있다.
빌 게이츠는 실패 기업에 몸담았던 간부를 의도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 비행사를 뽑을 때 실패 경험이 없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실패를 겪지 않은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나, NASA는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선발했다.
여기에서 분명한 전제는 실패를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일어선 사람이 더 강하고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우주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들을 극복할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실패 경험이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실패 이력서를 쓰도록 권한 스탠퍼드대학의 티나 실리그 교수는 "실패는 미래의 같은 실수를 피하게 한다. 이따금 실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도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는 반드시 실패가 있음을 받아들이고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실패를 권장하면서도 정작 실패하게 되면 오롯이 개인에게 그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곤 한다. 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려면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시스템과 실패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미국, 일본 등의 국가에서는 일찍이 실패를 통한 배움을 연구하고자 실패학을 창시하고, 실패에 담긴 성공 법칙을 발굴해 활용하고 있다. 805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의 비행, 그리고 1만여 번의 도전 끝에 이루어진 에디슨의 전구 발명은 실패에 대한 정의와 가치를 재조명하게 한다.
'실패는 도전의 역사'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충분히 노력했음에도 마주하게 된 실패의 결과를 용인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가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는 무수히 많은 장애물을 만나 실패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를 받아들이고, 실패의 무대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수많은 성공 창업자들을 배출하고 있는 미국은 실패자들의 풀(Pool)을 관리해 실패한 이들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결국, 그 안에서 연쇄 창업이 일어나게 되고 성공 창업자들을 배출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실패자들에 대한 비난이나 낙인이 아닌, 실패를 격려하는 분위기를 통해 그들이 도전의 풀(Pool)을 떠나지 않게끔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다. 적당한 성공을 꿈꾸지 말고, 장엄한 실패에 도전하라. 성공률을 지나치게 높게 잡아 단순한 목표만을 추구하는 안일한 태도보다, 무조건 부딪히고 깨지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지향해야 한다. 청년들의 실패를 경험과 자산으로 인정하는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와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90%의 실패율도 두려워하지 않을 청년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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