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끝에 철학 & 묘한 철학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철학이 무엇이고, 철학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은 찾기 쉽지 않습니다.
오늘 준비한 두 권의 책은 철학 입문서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딱딱한 철학 개념들을 가지고 이론을 설명하려 들지 않습니다. 철학은 진지한 사유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일상적 삶 속에서의 사소한 체험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철학하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상적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두 저자의 생각을 들어봅니다.
◆새 날을 시작하는 삶의 모든 순간, 청소를 하자

'쓸고 닦았더니 사유가 시작되었다'. 패션컨설팅 회사의 연구원이자 대학 겸임 교수인 임성민의 책 '청소 끝에 철학'의 부제입니다. 저자는 먼지를 떨고 걸레질을 하는 삶 속에서 인문학적 사유가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청소가 인문학적 사유와 연결될 수 있을까요? 변화와 유지를 반복하는 인생이 청소에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는 삶을 닮았습니다. 모든 일은 시작과 끝의 반복이고, 인간은 변화와 유지를 동시에 원합니다. 노력과 시간을 들여 '전처럼 새롭게' 만드는 청소는 그렇게 반복과 변화와 유지가 충족되는 행위가 됩니다.
책을 읽은 우리는 그 순간부터 청소를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티슈로 책상의 먼지를 훔치는 간단한 정리든, 주말에 모든 식구가 큰 마음 먹고 하는 대청소든 각각의 과정에 대해 그 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의 통찰은 책 속 내용의 다양한 장면에서 드러나며, 많은 정보도 제공합니다. 청소는 각기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자신의 공간을 보존하는 일이기에 고유의 문화가 있다는 주장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빗자루 탄 마녀'라는 이미지에는 여성 차별의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청소 행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대한 부분에는 프로이트 심리학이 등장합니다. 비움으로써 충만해진다는 붓다의 철학도 소개하지요. 그리고 '더러운 것을 치우고 정리한다'는 청소의 의미는 인간 정신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으로 확대됩니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려고 화가 피카소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평생을 일곱 살 아이처럼 그리려고 노력한 피카소가 즐겨 사용한 단어는 'naive(순진한)'나 'pure(순수한)'가 아니라, 배운 것을 고의적으로 잊는다는 뜻의 'unlearn'이라 합니다.
살아가는 일이 문득 버겁게 느껴질 때 집 안 구석구석 묵은 때를 벗겨내고 쓰레기를 모아 버리고 나면, 마음 속 우울과 슬픔도 조금 덜어집니다. 어쩌면 그 자리에 에너지를 채워 다시 새날을 시작하는 힘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 '청소'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고양이, 또한 철학자이로소이다

신승철의 '묘한 철학'은 생태철학 연구자인 저자가 8년의 기간 동안 '길냥이' 네 마리를 입양하고 이들의 집사로 살아가면서 얻은 철학적 지혜를 풀어낸 에세이입니다.
18개의 수업 형식으로 목차를 구성했는데요. 그 구성이 매우 창의적입니다. 고양이들의 행동과 습성에 미셀 푸코의 '자기통치', 펠릭스 가타리의 '횡단과 배치',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 자크 데리다의 '환대', 피터 싱어의 '가장자리 효과' 등의 개념들을 연결시킵니다.
난해하다고 알려진 현대철학 개념들이 대거 등장하여 읽기 힘든 책이 아닐까 걱정할 수 있지만, 의외로 매우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생태철학자로서의 시선을 더해 해당 개념들을 더 확장해 새로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특히 막스 호르크하이머의 '야성성'을 다룬 13장, 빌헬름 라이히의 '욕망'과 관련지은 18장은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잘 드러나 있어 일독을 권합니다.
이 책은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철학자 집사가 함께 지내온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동거 일기이기도 하고 고양이의 다양한 행동을 인간의 관점에서 밀착해 들여다본 성실한 관찰 일지이기도 합니다. 또한 고양이들의 행동으로부터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낸, 한 편의 우아한 교양서로도 볼 수 있습니다.
동물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일상에서 실천해나간 한 철학자의 모습은 생명의 가치가 경시되는 지금 시대에 삶과 공존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게 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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