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 범죄 매년 느는데…대구 '안심벨' 설치율 23%

입력 2021-03-07 17:36:23 수정 2021-03-07 21:37:54

위치 모르는 시민 많아 무용지물…경찰 연계 안심 벨 설치된 화장실 고작 7군데
시민들 "위치도 모르고, 신뢰감도 가지 않아"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건물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에
대구 남구 봉덕동의 한 건물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에 '안심 벨'이 설치된 모습. 배주현 기자

공중화장실 '안심 벨'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매년 공중화장실 범죄는 증가하지만 시민들은 안심 벨 위치도 모르고, 경찰연계 안심 벨도 드물다.

대구시내 공중화장실 2천533곳 중 안심 벨 설치 화장실은 598곳(설치비율 23.6%)뿐이다. 동구(27.2%), 달서구(29.5%)의 설치비율이 그나마 높고 서구(14.9%), 북구(20.2%), 중구(21.2%) 등은 낮다.

반면 지난 3년간 대구경찰청에 접수된 공중화장실 범죄 발생 건수는 2017년 82건, 2018년 153건, 2019년 165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정작 설치된 안심 벨마저도 시민들의 관심 밖이다. 안심 벨 설치 위치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고, 위급상황 발생 시 안심벨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다.

직장인 A(28) 씨는 "지나가다 안심 벨을 본 적은 있지만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다. 이런 상황에서 위급상황이 생겼을 때 안심 벨을 기억하고 찾지는 못할 것 같다"며 "112나 119처럼 대중화된 시스템이 아니다보니 신뢰가 없다. 누른다고 빨리 나를 도와줄 것 같지 않아 경찰에 바로 신고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경찰과 직접 연결되는 안심 벨도 극히 드물다. 대구시내 안심 벨이 설치된 598곳 화장실 중 단 7곳만이 경찰과 직접 연결된다. 건물관리인·경비업체에 연결되는 곳은 168곳이고, 나머지 423곳은 소리만 울리는 경광등 유형이다. 경광등의 경우 소리만 나기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

대구 중구청 환경자원과 관계자는 "음성 연결 유형도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데다 관리 용역까지 필요해 예산이 많이 든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화장실에는 예산이 적게 들고 관리가 용이한 경광등 유형을 많이 설치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안심 벨 설치 및 관리 기준이 마련된 법이 없다보니 사실상 명확한 관리 주체가 없다. 벨이 울렸을 때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일관된 시스템 마련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키워드=공중화장실 안심 벨
지난 2016년 발생한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등 공중화장실에서 일어나는 강력 범죄가 갈수록 늘면서 지난 2017년부터 설치됐다. ▷경광등 ▷경찰 연계 건물 관리 및 경비업체 연계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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