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표적 수사 들통 日도쿄지검 특수부 몰락" 한국 검찰 특수부는?

입력 2021-02-25 22:05:22 수정 2021-02-26 13:12:02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검찰 로고. 연합뉴스, 매일신문DB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검찰 로고. 연합뉴스, 매일신문DB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기소 분리 문제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최근 들어 3번째 글을 올렸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일본 검찰도 직접 수사하는데 수사, 기소 분리는 틀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일본 검찰 사례를 상세히 들며 주장을 펼쳤다.

▶그는 "검사실에 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검찰이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 것이다. 우리나라 검찰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피의자가 시인할 때까지 신문한다. 집요하게 같은 질문을 장시간 반복하면 대체로 죄 없는 사람마저도 자기 확신이 무너지고 급기야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고 만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유죄의 심증을 가지고 피의자가 굴복할 때까지 조사하는 방식은 헌법에 위배된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형사에게 취조를 당하거나 고문 등 강압적 조사를 막무가내 당했던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어 수사기관은 그래도 된다는 인식이 아직도 깔려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수사기관에 영향을 준 일본은 그러나 패전 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며 달라졌다고 추미애 전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과거 그랬던 일제는 패전 후 미군정 때부터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사는 법률전문가로서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며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검·경 간 권한 분산을 했다"며 "미국식 분권시스템과 당사자주의 형사절차를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아사히TV 드라마
아사히TV 드라마 '형사와 검사' 관련 이미지. 아사히TV 홈페이지

▶추미애 전 장관은 "지난해 아사히TV에서 방영한 '형사와 검사' 드라마는 '형사는 수사로, 검사는 법률전문가로, 각자의 정의를 실현한다'는 부제를 달았다"고 사례를 들었다. 그는 "검사는 법률상 일반적으로는 수사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수사를 직접 하지 않고 경찰을 통해 행사한다. 그러므로 경찰 수사가 미진하거나 법률적 문제가 있을 때 보충적, 보완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이 드라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검사실에 검사를 보조할 뿐 검사 대신 수사하는 수사관이 없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제 경찰의 폐단을 시정하고자 검찰에 수사 주도권을 다 넘겼다. 그런데 검사가 수사를 하더라도 분산과 견제 없이는 인권침해적인 수사폐단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일본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사건이 연간 5~6천 건인데, 우리나라는 연간 약 5만 건이 넘는다. 일본 인구가 약 1억 2천만명, 우리나라 인구가 약 5천만명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검찰의 직접수사가 지나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일본 검찰은 전국 3개 특수부와 10개 직접형사부에서 직접수사를 담당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반부패부, 공공수사부, 강력부 등 전국 28개의 직접 수사부서가 있다. 조직이나 건수 면에서 우리나라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추가로 비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따라서 일본 검찰의 직접수사는 예외적인 반면,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웬만한 사건은 검찰이 수사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도 금년부터 6대 범죄만 직접 수사를 하게 되므로 약 8천 건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추미애 전 장관은 최근 나온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수사·기소 분리가 부당한 주장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왜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야 하는지 그 이유를 냉철하게 짚어봐야 한다. 수사의 본질은 인권침해이므로 검사든 경찰이든 분산과 견제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직접수사 건수를 대폭 줄였다고 개혁 완수가 된 것이 아니다. 견제 없는 수사시스템과 수사관행을 고쳐야 진정한 개혁의 완성"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하는 수사를 못하게 하기 위해 수사권 박탈을 노린다는 주장이 있다"며 "우리나라 특수부가 따라 배운 일본은 이른바 극장형 수사로 수사를 기획하고 진실 추적보다 원하는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표적 수사를 한 것이 들통난 2009년(1998년의 오기로 추정), 일련의 '대장성(2001년 재무성으로 명칭 변경), 일본은행 독직사건' 이후 도쿄지검 특수부가 몰락하고 수사 절제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일본 검찰이 변화하게 된 사례를 설명했다. 독직(瀆職)은 지위나 직무를 남용해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뜻한다.

추미애 전 장관은 "우리나라 검찰의 흑역사는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가혹한 수사, 망신주기 수사를 통한 인격살인, 수사대상으로 표적이 되면 더 이상 인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사냥감이 돼 갈기 갈기 찢어지고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리는 수사의 잔인성을 유서 대필 사건, 피디수첩 사건, KBS 정연주 사장 횡령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등을 통해 목도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그는 "그동안 기획수사로 인권을 유린해온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수사 틀어막기'라고 호도하며 수사적폐를 회피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건드리지 말라며 버티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면서 "촛불주권자는 중도반단적 개혁에 만족하지 않고 완전한 개혁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글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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