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학대 속에 짧은 생을 마감한 정인이 사건에 대한 분노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참혹한 영유아 및 아동학대 살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구미에선 3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부패 정도로 볼 때 숨진 시점은 6개월 전쯤으로 추정된다. 아이를 버린 22세 친모는 다른 남자와 함께 근처 빌라에 살면서 숨진 아이의 양육수당과 아동수당 등 보조금 20여만원을 매달 받았다고 한다. 경악스러운 것은 친모가 집을 떠날 때 아이가 살아 있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었다는 사실이다. 경찰은 "아동의 존엄성과 관련해서 딸의 사진 속 상태 등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처참한 모습이었길래 사진을 공개조차 할 수 없는 것일까.
전북 익산에선 생후 2주 된 친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20대 부부가 구속됐다. 부검 결과 1차 소견상 사망 원인은 외상성 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이었다. 119구급대원이 엄지손가락으로 심폐소생술을 할 정도로 작은 아기를 때려죽였다는 말이다. 더 충격은 이들 부부가 첫딸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양부모나 계부모뿐 아니라 심지어 친부모조차 제 몸 하나 못 가누는 어린 생명을 학대하고 생명까지 빼앗고 있다. 사람들은 세상이 망할 징조라며 개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아동학대 및 영유아 살해는 몇 년 새 살기 힘들어져서, 인성이 급격히 타락해서 빚어진 일이 아니라 매우 오래전부터 자행됐던 범죄 행위다. 다만 몰랐을 뿐이다. 남아선호가 팽배했던 지역에서 태어난 여아는 엄마 젖도 한 번 물어보지 못한 채 숨지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18세기 프랑스에선 한 해에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가 10만 명을 넘었다. 그렇게 버려진 아기 중 80%가 목숨을 잃었다.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널리 알려지고, 경찰과 아동보호기관 등을 통한 신고가 늘면서 아동학대 및 살해 범죄가 급증한 듯 보일 뿐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훨씬 강화됐지만 실제 사건은 통계상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판단한 학대 건수는 2016년 1만8천여 건에서 2019년 3만여 건으로 크게 늘었다. 경찰청 통계에서 아동학대 피의자 검거 사례는 2016년 2천992건에서 지난해 11월까지 5천25건으로 늘어났다. 학대와 방치 끝에 세상을 떠난 아동은 통계 수치만 매년 수십 명이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사망자를 2014년 14명,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8명, 2018년 28명, 2019년 42명으로 파악했다.
아이를 학대하고 목숨을 빼앗은 부모를 '미쳤다'거나 '사람이 아니다'라고 욕해봐야 악순환을 끊을 수는 없다. 돌을 던지고 감옥에 가둬서 아동 범죄를 줄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강한 비난과 처벌이 필요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것은 우리 내면에 숨겨둔 잔혹함을 들키자 되레 큰소리치는 격이고, 한 달도 안 가서 잊힐 공허한 분풀이에 불과하다. 사회적 관심만이 어린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다. 제도적·법적 뒷받침은 당연하고 세상에 온 아이들을 함께 책임진다는 연대 의식 없이는 해결하지 못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책임을 나눌 준비가 돼 있을까. 그것이 법과 제도로 가능할까. 답을 못 찾아서가 아니라 답이 없는 것만 같아 더 우울하다. 굶주림 속에 숨을 거둔 구미 3세 아이가 목 놓아 '엄마'를 찾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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