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과 '시선으로부터,'
'소설을 왜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 학생에게 김영하 작가의 말을 들려주곤 합니다. 그는 한 강연에서 '소설은 스펙을 쌓으라고 강요하지도 않으며, 더 많은 것을 공부하라고 하지도 않는 이상한 나라의 섬 같습니다. 다른 세계관을 통해서, 지혜나 실패 같은 가치들을 알려주기 때문에 위로가 되는 것이지요'라고 합니다.
오늘 함께할 책은 하와이를 무대로 하는 두 편의 한국 소설입니다. 두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은 바로 이런 것이다'는 느낌을 경험해 보길 바랍니다.

◆ 인생의 파도를 함께 넘어가는 세 여성의 이야기
이금이 작가의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합니다. 작가는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을 보던 중 앳돼 보이는 얼굴에 흰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세 명의 여성을 찍은 사진을 마주합니다.
여성은 혼자 장에 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절, 사진 속 세 여성은 어떤 사연으로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까지 가게 되었을까요? 남성의 시각으로 쓰인 주류 역사에서 비켜나 있고 교과서에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역사의 한 페이지, 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의 이야기는 그렇게 소설 작품으로 창작되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일제 강점기 경상도 김해의 작은 마을에 사는 열여덟 살 버들입니다. 아버지는 일제에 대항해 의병 활동을 하다 목숨을 잃었고, 어머니 혼자 버들과 남동생들을 키워 냈습니다. 버들은 양반의 신분임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형제들과 달리 학교에 가지도, 공부를 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결혼을 권하는 중매쟁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죠. 사진결혼이란 일제 강점기 조선 여성이 하와이 동포와 사진만 교환하고 혼인했던 풍습입니다. 이렇게 사진결혼을 택한 10~20대의 여성들을 사진 신부라고 합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하와이 이민선에 올랐던 사진 신부들. 작가는 그들에게 각각 버들, 홍주, 송화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용기 있게 태평양을 건넌 세 친구는 각기 다른 인생의 파도를 넘게 됩니다. 사탕수수밭 농장에서 백인 관리자에게 차별당하고, 식민지 조선인이란 이유로 같은 이민 노동자인 일본인들에게도 핍박받습니다.
험난하고 고된 이민 생활에서 주인공 버들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위의 이민 여성들입니다. 이들은 서로 도우며 가족이 되어 줍니다. 낯선 땅에 뿌리 내려 사랑과 연대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가족이란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될 것입니다.

◆어떤 존재도 소외시키지 않는 한 가족의 이야기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는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살고 있는 한 가족이 단 한 번뿐인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다는, 다소 엉뚱한 상황에서 출발합니다. 이 가족을 하와이까지 불러 모은 인물은 바로 '심시선'. 미술가이자 작가이며 시대를 앞서간 '진정한 어른'이었던 그녀가 두 번의 결혼으로 만들어낸, 이 독특한 가계의 구성원들은 하와이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녀를 기리고 추억합니다.
소설은 현대사의 비극과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관습적·제도적 폭력, 세계의 부조리를 겪는 심시선의 생전 모습과 그녀를 기리며 가족들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교차해 보여줍니다. 정세랑 작가는 다른 작품들처럼 여기서도 모든 인물을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심시선의 가족 모두를 빛나는 존재로 만들지요.
심시선의 가족들은 하와이에서 특별한 제사를 준비합니다. 방법은 '각자 자유롭게 그곳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들을 수집해 오는 것'이지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심시선과 연결된 그들은 그녀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을 가지고 하와이 여행을 시작합니다.
가족 모두는 겉으로는 따뜻하고 화목해 보이지만 조금씩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시선을 기리는 여행에서 죽은 그녀에게 선물할 물건과 추억을 찾으며 자기 자신을 들여다 봅니다.
정세랑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무엇보다 20세기를 살아낸 여자들에게 바치는 21세기의 사랑이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결국 이기는 이야기가 참 드문 시대에 우리가 찾던 바로 그 이야기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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