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 리사이틀 리뷰 "선명한 존재감 보여줘"

입력 2021-02-08 11:56:25 수정 2021-02-08 14:27:43

지난 5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연주 모습. 수성아트피아 제공
지난 5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연주 모습. 수성아트피아 제공

지난 5일 오후 7시 30분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무대에 오른 한 청년이 1, 2층을 가득 메운 관객에게 엷은 미소와 함께 꾸벅 인사를 한 뒤 피아노 앞에 앉아 잠시 허공을 응시하더니 연주를 시작했다. 관객들은 코로나19도 잠시 잊은채 그 청년이 펼치는 음악 속으로 빠져 들었다. 청년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었다.

선우예권은 모차르트의 '환상곡 라단조'와 '환상곡 다단조', '피아노 소나타 8번', '론도 가단조'를 연이어 연주했다. 이날 선곡한 작품은 맑고 밝은 모차르트 특유의 음악과 달리 다소 어둡고 무거웠지만 차분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공연을 이어갔다. 특히 모차르트의 어머니 사망 직후에 작곡된 소나타 8번은 그의 비통한 심정이 녹아든 곡이지만 절제된 표현으로 섬세하게 잘 해석해 연주했다. 다만 2악장에서 새 피아노라 그런지 아니면 조율이 잘 안 돼 그런지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내려올 때 울림이 커 소리가 뭉개져 아쉬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관객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이어진 2부에서 선우예권은 쇼팽의 녹턴과 환상곡, 뱃노래, 오페라 돈 조반니의 '라 치 다렘 라 마노'에 의한 변주곡를 선보였는데, 1부와는 달리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다운 거침없고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했다. 마지막 곡인 '라 치 다렘 라 마노'에선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연주를 보여줬다. 건반을 두드리는 터치엔 자신감이 넘쳤고, 긴장과 이완이 적절한 조화된 연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그가 지닌 컬러, 테크닉과 힘,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반전매력에 관객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연주 모습.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연주 모습.

'앙코르' 무대는 1, 2부에 이은 3부 공연 같았다. 보통 4곡으로 앙코르 무대를 꾸미는데 이날 선우예권은 무려 다섯 번이나 피아노 앞에 앉았다. 먼저 서정적인 쇼팽의 '녹턴 20번'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풀어준 뒤 쇼팽의 '전주곡 16번',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7번 '트로이메라',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으로 앙코르를 이어갔다. 관객은 선우예권의 마법에 홀린 듯 일어날 줄 몰랐다. 선우예권은 모차르트의 '유리 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를 연주한 후에 건반에서 손을 뗐다.

다만 연주 중 일부 관객이 음악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허밍'을 한다든지, 연주가 끝날 무렵 흐름을 깨는 한 템포 빠른 박수는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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