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노른자' 범어4·만촌3동 재건축, 학교 과밀에 가로막히나

입력 2021-02-02 17:51:48 수정 2021-02-02 22:46:12

학급당 30명 '과밀 초교'…'범4만3' 학생 추가 배치 불가능
경남타운·을지맨션 민원 빗발…교육청 협의 없으면 사업 난항

대구 수성구 범어4동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수성구 범어4동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매일신문DB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을지맨션 인근 도로에 도시계획심의 통과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을지맨션 인근 도로에 도시계획심의 통과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등에 업고 활발히 추진 중인 대구 수성구 일대의 재건축 사업들이 '학교'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범4만3'으로 불리는 범어4동과 만촌3동을 비롯, 기존의 핵심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건설이 집중되면서 이미 과밀 상태인 이 지역 초등학교들이 더 이상 정원을 확대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최악의 경우 "아예 사업 추진 자체가 가로막힐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과밀학급' 최대 걸림돌

2일 강민구 대구시의원(수성1·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지역 정치권에는 "수성구 일대의 재건축·재개발 등 아파트 건설 추진 과정에서 학교 문제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 이를 해결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 수성구에서 '중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경남타운과 을지맨션이 언급된다. 경남타운과 을지맨션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서도 집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이른바 '범4만3' 지역에 속한다. 자연스럽게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주민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의 관심이 매우 큰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곳에 법정 통학거리(1.5㎞) 이내의 초등학교가 경동초교 한 곳뿐이라는 점. 한국교육개발원의 '전국 초·중·고 학급당 학생 수' 자료에 따르면, 경동초교는 지난해 4월 기준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과밀학급' 상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시교육청과 학생 배치에 관한 협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사업계획인가를 받을 수 없다.

여기에 대구시교육청은 '쪼개기 인가' 등의 편법을 막고자 300가구 미만이더라도 일단 시교육청과 협의를 거쳐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관계기관에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타운과 을지맨션을 비롯, 현재 수성구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아파트 부지는 거의 대부분 학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강 시의원의 설명이다.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해 현재 수성구에서 진행 중인 대표적 공동주택 사업지는 ▷MBC네거리 인근 부지 ▷범어1동 궁전맨션 ▷대구지법 맞은편 범어3동 일대 ▷경남타운, 을지맨션 등 범어4동 ▷황금1동 우방2차아파트 등이다.

이 가운데 황금1동 우방2차의 경우 이미 정비구역 지정 당시부터 시교육청과의 협의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두 차례 유보 끝에 간신히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건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진통이 예상된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성구 범어동과 만촌3동 일대를 비롯한 일부 지역은 학교 형편상 학생의 추가 배치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특히 경동초·동천초·대청초교 통학구역 내의 공동주택 추가 개발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을지맨션 인근 도로에 한 건설사의 재개발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을지맨션 인근 도로에 한 건설사의 재개발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해결 방안은 없나?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역 정치권은 '정무적 해결방안'을 찾아보고자 고심하고 있다.

가령 시행사 및 시교육청 사이를 중재해 새 학교를 짓거나, 현재 있는 학교를 증축해 정원을 늘리는 식이다. 혹은 시행사 측이 학구 외 학교까지 통학로를 놓는 조건으로 학구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 같은 정무적 판단 없이 정해진 절차대로만 일을 추진하면 사실상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범어동과 만촌동을 지역구로 둔 강민구 대구시의원은 "교육세 등을 모두 부담하는 주민 입장에서 보면, '시교육청은 왜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주민들과 사업 주체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면서 "주민들은 시교육청이 대안을 내놓지 않고 '어렵다'는 말만 해 답답해하는 상황이다. 결국 시교육청이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인데,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만 수성구는 도심인데다 지가가 비싼 특성상 이런 대책이 실제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MBC네거리 인근 부지의 경우 시행사 측이 범어초교까지 통학로를 놓는 조건으로 학구 변경이 논의됐지만, 통학로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예 그 지역 전체를 묶어 개발하면서 학교용지를 따로 마련한다면 모를까, 민간사업자가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세금을 들여 학교를 지어주기는 어렵다. 또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해 폐교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학교총량제를 어겨가며 수성구에 특혜를 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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