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문제: 저성장과 불평등

입력 2021-01-04 12:09:51 수정 2021-01-04 18:50:00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일본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한 문제는 장기 저성장과 불평등이다. 코로나19와 같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쇼크가 일어나면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불평등도 심화시킨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계층, 세대, 지역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반면 경제적 기반이 충분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은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계약 해제나 임금 삭감과 같은 고용 형태의 차이에 의한 불평등, 구인 기업이 없어 취직을 못하는 노동시장 진입 시기에 의한 불평등, 경제의 중심인 도쿄와 관광에 크게 의존하는 지방 간의 불평등, 재택근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간의 불평등 등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2020년 12월 30일 도쿄 주식시장의 평균 주가가 2만7천444엔으로 버블경제의 정점에 있었던 1989년 다음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주가를 제외하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줄고, 실업률은 늘고, 자살률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고, 인구 감소의 트렌드는 강화되는 등 일본의 많은 경제, 사회지표들이 좋지 않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불평등의 심화는 미국 하버드대학의 퍼트넘(Putnam) 교수가 말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훼손시켜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은 대인관계의 신뢰와 유대를 나타내는 개인 간의 사회적 자본과 정부의 행정과 법 집행 등에 대한 신뢰, 즉 정부의 질을 나타내는 사회적 자본으로 나눌 수 있다.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요인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 간의 사회적 자본이 높은 나라, 정부의 질이 높은 나라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더 높다고 한다. 이는 아무리 큰 충격이라도 충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개인 간의 사회적 자본과 정부의 사회적 자본이 높아질 수 있으면 경제는 회복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사회적 자본을 훼손시키기 때문에, 사회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즉 코로나19처럼 계층, 세대, 지역 등에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면 사람들 간에 분단과 불평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 간의 신뢰가 높아질 수 없고, 개인 간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할 수 없다. 그러므로 코로나19로 단기적으로 나빠진 경제는 코로나19 이후에 더 악화될 수 있다. 또한 경제성장과 감염증 확산 방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정책에 관한 신뢰도 급격하게 나빠지게 된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아지게 되면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회복과 불평등의 개선은 요원해진다.

일본 사회의 불평등 문제는 경제가 저성장에 돌입한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는 경제의 성장과 분배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동시에 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장이 멈춘 경제에서 불평등이 오히려 심화된다는 사실을 일본이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일본 경제뿐만 아니라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상태의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성장률은 더 낮아졌고,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한 승자 독식 구조가 강화되면서 경제의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도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995년 이후 5년마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씩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고,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전체 소득(근로소득+자산소득) 상위 1% 소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도 일본처럼 저성장과 불평등의 심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년에 한국에서 크게 오른 것은 부동산 가격과 주가지수뿐임을 감안하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불평등은 생각 이상으로 심화되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백신의 개발로 해결되어도, 사회적 자본이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우리 앞에 놓인 과제가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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