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이 된 지 6년째다. 기자 본업이 있기에 형식적인 농부에 머무르다 지난해부터 밭을 왔다 갔다 하며 나 나름 농부 행세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인임을 앞세워 경남 양산에 사저를 짓기로 했듯이 사이비 비슷한 농부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돈을 버는 목적의 농부가 아니기에 아직 속은 편하다. 속을 타게 하는 건 전업 농부가 되기를 유혹하는 나무와 풀이다. 문전옥답이라도 버려두면 금방 풀밭이나 산으로 변한다.
이렇게 되는 것이 두려워 병충해에 강한 나무를 심고 텃밭을 일구었다. 모든 작물이 변화무쌍함을 자랑하며 초보 농부를 놀라게 하지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건 호박이다.
친구가 씨를 뿌린 호박은 손댈 게 없었다. 나무와 울타리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뻗어 나가며 잎을 달고 꽃을 피웠다. 잎과 열매는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초기에 달리는 애호박은 수확물의 일부이며 가을 태양을 먹고 탄생한 늙은 호박도 전부가 아니다. 자고 나면 달리는 가을 애호박이 절정의 수확물이다.
호박이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한순간 사라짐이다. 가을 첫서리에 줄기와 잎, 열매가 폭삭 말라 죽은 것이다. 1년생 식물의 한계임을 알지만 서리 맞은 호박의 처참함이 머리를 맴돈다.
인간은 긴 삶을 산다. 불꽃처럼 살며 발자취를 남긴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질긴 운명을 마주한다. 행복의 순간은 짧고 긴 질곡 속에 신음하는 게 다반사다.
코로나19가 각박한 세상을 더 험난하게 하고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가까운 이들도 있다.
건강한 사람들의 생활도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단조로워진 생활 방식에 마음은 쪼그라들었다. 아파트, 주식 가격에 노심초사하며 정치판을 비웃는 게 일상이 됐다.
호박의 기세를 단번에 꺾은 서리처럼 코로나19도 뭔가에 의해 잠재워질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보급되는 백신이 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자신의 위치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시 농부의 삶은 장점이 많다. 주말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농촌 생활은 불편하지만 자연 속에는 자유로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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