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금융기관 인터넷 거래에서 '공동인증서'라는 용어 때문에 잠시 혼란을 겪었다. 공인인증서 폐지 소식을 듣기는 했으나 막상 '공동인증서'라는 낯선 용어 때문에 손을 멈춘 것이다. 이런 혼선은 20년 넘게 전자서명 체제를 독차지해 온 '공인인증서'라는 족쇄에서 풀려나는 순간 이용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망설인 사례로 이해하면 된다.
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서는 말 그대로 법적 '공인'의 지위를 오랫동안 누렸다. 그런데 발급 과정이 복잡하고 1년이라는 짧은 유효기간, 어디든 따라다니는 액티브X 실행 파일 설치, '공인'이라는 딱지로 인해 민간 전자인증 시장 발전을 막아 온 점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런 약점에도 공인인증서는 21년이라는 천수를 누린 것이다.
그러다 이달 10일부터 법으로 그 지위를 보장해 온 '공인인증'의 둑이 마침내 무너지고 이제 다양한 사설 전자서명이 가능해졌다. 공인은 이제 '공동'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됐다. 이미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민간 전자서명 시스템이 정부기관 및 금융기관에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혀 나간다면 이 공동인증서의 미래 또한 장담할 수 없다.
당장 내년 1월 15일부터 직장인들은 공인인증서가 없는 첫 연말정산과 마주하게 된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이나 스마트폰과 PC에서 카카오페이, 패스, 페이코, KICA(한국정보인증) 등 익숙하고 편한 민간 전자서명 서비스를 쓸 수 있다. 정부24나 법원 인터넷등기소, 인터넷지로, 국민신문고 등 정부기관 온라인 시스템에서 지문과 안면, 홍채 인식도 가능하고 PIN(6자리 숫자)과 패턴도 적용할 수 있다. 환경이 바뀌니 자연히 전자서명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각종 페이나 QR코드 등 새 결제 수단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디지털 기술은 새로운 길을 즉각 찾아내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공인인증서 사례에서 보듯 그 어떤 기술도 경쟁 없이 온실 속에서 연명한다면 혁신의 샘은 마르고 만다. 인증서뿐만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용자를 배려하지 않는 불편한 제도나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즉각 고쳐야 한다. 이 점에서 공인인증서는 이용자 친화력 등 기술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큰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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