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지하 벙커.
첩첩산중에 산천의 뭇 씨앗들이 모였습니다.
눈도장 손도장에 체력테스트까지,
추리고 골라 차출된 미래의 '종자 용병'들입니다.
700년 전 고려 연못 터에서 나온 함안의 아라홍연,
봉화의 텃줏 대감 550살의 국내 최고령 철쭉,
기후변화에 속절없이 고사하는 한라산 구상나무,
태풍 '링링'에 명줄을 놓은 250살 해인사 전나무도
절손은 안 된다며 씨앗을 보내왔습니다.
야생식물종자 영구저장시설 글로벌 시드 볼트(seed vault).
지하 46미터, 진도 6.9에도 거뜬한 콘크리트 요새로,
기후변화·전쟁·핵폭발 등으로 인한 멸종에 대비해 만든 곳.
노르웨이(식량종자)와 한국, 세계에서 딱 두 곳 뿐입니다.
현재 4천49종 7만2천201점의 씨앗이
영하 20도 현대판 '노아의 방주'에서
최후의 그날에 일어나 싹을 틔우겠다며
기약 없는 휴면에 들어갔습니다.
국내외 54개 기관에서 기탁한 종자들로,
앞으로 200만점까지 저장될 예정입니다.
널린 게 꽃이고 나무인데 웬 멸종타령 이냐고요?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치지 말라'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의 고전 속 그 오얏,
작지만 새콤달콤한 그 토종 자두맛을 더는 볼 수 없습니다.
슬로푸드 인터내셔널은(2015년 기준) 한 해에
2만7천여 개의 식재료가 사라지고있다고 했습니다.
바나나, 감자, 초콜릿 원재료 가나의 카카오나무도
수십 년 내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돌보고 지켜야 할 씨앗이 어디 이뿐일까요.
수능시험, 다이어트, 금주, 금연, 종자돈 모으기.
그때 일기장에 꾸꾹 심어놨던 꿈의 씨앗들….
마음의 씨앗,
초심(初心)이 자라 꽃을 피울때까지
가슴에 든든한 시드 볼트 하나씩 준비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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