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노무현 뺨치는 정권’

입력 2020-11-25 05:00:00 수정 2020-11-25 06:51:51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장인의 좌익 활동이 거론되자 "그러면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일갈했다. 이 한마디로 일거에 논란을 잠재웠다. 위기에서 탈출했을 뿐만 아니라 지지세를 넓혔다. 불리한 상황을 단번에 역전시키는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정치술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전형적인 동문서답(東問西答)이다. 장인의 좌익 활동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진영을 아내를 버리라고 강요하는 집단으로 덮어씌웠다. 상대의 기술을 되받아치는 씨름의 '되치기'를 노 전 대통령이 구사한 것이다.

'노무현의 후예들'에 걸맞게 문재인 정권은 되치기에 능수능란하다. 덮어씌우기, 책임전가(責任轉嫁), 적반하장(賊反荷杖) 고수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가덕도신공항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때문에 치러지게 됐다. 선거에서 오거돈이란 이름이 수없이 등장할 것이 뻔하고, 문 정권을 심판하는 성격이 강한 선거이다. 그러나 정권은 가덕도신공항을 들고나와 일거에 선거판을 바꿨다. 오거돈은 사라지고 가덕도만 남았다. 정권의 일타쌍피(一打雙皮) 수법에 민주당 지지율은 올라가고 국민의힘은 분열됐다. 정권은 가덕도신공항을 '노무현신공항'으로 하자며 쐐기를 박으려 나섰다.

문 정권은 되치기로 불리한 판을 바꾸는 데 어느 정권보다 탁월하다. 엉뚱한 것을 끌어와 국면을 전환하는 수법에 야당은 판판이 당하고, 국민은 현혹되고 있다. 부동산 대책 실패를 행정수도 이전으로 덮고, 총선에선 재난지원금으로 정권 심판론을 쑥 들어가게 만들었다.

조국 사태 때엔 조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찬·반을 검찰 개혁에 대한 찬·반으로 둔갑시켰다. 추미애 장관을 '2020년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면서 교체를 입에 담는 이들을 토착 왜구로 몰아세웠다.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를 탈원전 정책에 도전하는 정치 수사로 덮어씌운 것도 마찬가지다.

원조보다 아류가 못한 법인데 되치기에서는 문 정권이 노 전 대통령 뺨을 치고도 남는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도 정권은 되치기 수법을 총동원할 것이다. 속수무책 야당을 믿지 말고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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