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적 사업 뒤엎어 놓고 침묵하는 문 대통령

입력 2020-11-19 05:00:0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캠퍼스에서 열린 바이오산업 행사에서 발언을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캠퍼스에서 열린 바이오산업 행사에서 발언을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신공항안(安)을 백지화하기로 한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이미 결론이 난 국가적 사업을 뒤집고 지역 갈등을 격화시킨다는 비판론의 정중앙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백지화에 대한 사과나 설명도 없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불리하면 뒤로 숨는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는 문 대통령이 견인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그렇다. 문 대통령은 작년 3월 부산을 방문해 "(지자체 간)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검증 논의를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부산 시민들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동남권 신공항을 총리실 검증을 거쳐 사실상 부산 가덕도로 재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실은 관측대로 됐다.

이뿐만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초 휴가차 경남 양산시로 내려갔을 때 더불어민주당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때 지역 의원들이 가덕신공항 건립 필요성을 건의했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부산시로부터 가덕신공항 관련 자료를 받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무슨 소리인지 금방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김해신공항 백지화-가덕신공항 재추진' 신호를 보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백번 양보해 그렇지 않다 해도 이미 정해진 정책을 스스로 뒤집었으면 그에 대한 합당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그게 제대로 된 정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다.

이번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민주당 대표일 때 '잘못이 있으면 재·보궐선거에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만들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려고 이를 고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었다. '정치 발전의 출발점'이라고 자랑했던 당헌을 파기했는데도 말이다. 참을 수 없는 침묵이다. 제대로 된 대통령이라면 이러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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