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명지대 교수(현대사)
지난 10월 7일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방탄소년단(BTS)이 밴플리트상을 받았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1995년부터 이 단체의 설립자이자 6·25전쟁 때 미8군 사령관으로 참전했고, 4년제 육군사관학교 재건을 도와준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는 상을 수여해왔다.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나 단체에 준다. 밴 플리트 장군의 외아들은 6·25전쟁 때 폭격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격추됐고, 군법에 정한 구조 시간이 지나자 밴 플리트 장군은 지체 없이 수색 작업을 중단시켰다. 그 집안은 대가 끊긴 셈이 됐다. 장군의 동상은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에 세워져 있고, 오산 공군기지에는 아들인 밴 플리트 Jr. 중위(사망 후 대위로 추존)의 흉상이 있다. 이것은 6·25전쟁에 참전해 전사·부상한 1천920명의 미국 공군 장병들을 기리기 위해 2012년 6월에 건립됐다.
수상식에서 BTS의 리더 RM(김남준)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너무나 당연한 소감을 얘기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은 일제히 BTS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아미(BTS 공식 팬덤)에서의 탈퇴가 이어졌다.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들은 BTS가 나온 광고들을 내렸다. 중국의 어느 대학은 "강의에서 BTS 관련 부분을 생략하라"고 요구하며 검열하려 했다.
BTS가 이 수상식에서 엄연한 역사적 팩트를 가지고 얘기한 것인데도, 이런 일이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이런 반응은 중국에 득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중국의 이미지와 국격을 실추시킨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을 길들이기 위해 여러 압력을 행사해왔다. 중국 공산당의 문화 분야 검열도 예전부터 있었지만, 고압적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이번 BTS건은 개인의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기도 하고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이중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2016년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가 중국의 거센 비판을 받고, 소속사 사장까지 나서 사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중국 자본이 미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많이 들어와 있어 영향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위 '우마오당'(五毛黨·중국 인터넷 댓글 부대)이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대중적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더 큰 문제도 발생했다. 최근 중국 공산당이 항미원조(抗美援朝)기념관을 재개관하고 70주년 기념행사를 크게 열었다. 중공군이 6·25에 개입한 지 70년이 되는 날을 앞두고 열린 10월 23일의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6·25를 "미국 침략에 맞선 불가피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영화, 다큐멘터리가 중국에서 연이어 개봉됐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중국 출신 아이돌들이 소셜미디어에 '항미원조 70주년'을 기념하는 게시물을 잇달아 올려 논란이 가중됐다. 중국에서는 6·25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으로 가르치고, 북한의 6·25 남침 설명을 생략한다. 이들 아이돌 스타들은 무언의 압력 때문에, 그리고 자국에서 배운 대로 여과 없이 의견을 표명한 듯하다. 그 어린 친구들이 무엇을 알겠는가. 배운 대로 얘기한 것이지만 적어도 기획사에서는 민감한 정치적 발언을 자제시켜야 했다. 이들의 잘못된 발언들은 국내외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흔들리는 대내적 결속을 다지기 위해 국민들에게 대대적인 선전선동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구소련의 기밀문서와 중국의 문서가 해제되면서 6·25전쟁이 소련·중공·북한이라는 공산 세계가 결탁해서 자유 세계 전체에 던진 도발이었다는 것이 실증됐다. 요즘에는 일급 중국 학자들도 이런 자료를 기초로 올바른 역사를 저술한 훌륭한 책과 논문을 내놓는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여전히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시키는 교육은 중국에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물론 한국도 역사적 사실과 다른 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역시 시정해야 할 사안이다. 역사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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