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업 경영 철학을 두 가지로 정했다. 첫째가 신용, 다음이 성실이다."
지난달 팔순 잔치를 대신해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쓴 책에서 대구의 한 기업인이 전한 내용이다. 큰돈의 전 재산을 넣어 세운 기업이 부도 위기를 맞았으나 직원들을 버릴 수 없어 그들에게 회사를 그냥 넘기고 빚만 안고 빈손으로 물러섰고, 수억원짜리 부도 수표로 받을 돈 떼이고도 협력 업체에 줄 돈만큼은 5년에 걸쳐 모두 다 갚았던 것도 첫 번째 원칙 때문이었다.
대구경북의 뭇 단체도 맡았으나 판공비는 쓰지 않고 공익 목적에 내놓았다. 퇴임 뒤 여러 기관에서 지나온 길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떤 성과도 건질(?) 수 없었던 것도 첫 번째 원칙을 지킨 덕분이었다. 그래서 자녀에게 남긴 말도 "함부로 약속하지 말라"였다. 기분 내키는 대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경계하는 주문이다. 남은 날도 기부와 봉사로 두 가지를 따르려는 노(老)기업인의 삶이 듬직하고 아름답다.
그의 철학처럼 약속 하면 떠오르는 글귀는 '남자의 한마디 말은 천금처럼 무겁다'일 것이다. 하지만 지키기 어려워 이제 그리 쓰이지 않는 듯하다.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 세상이고, 헛말이 춤추는 시절이라 이상하지 않다. 정치를 떠나겠다는 약속을 팽개치고 선거에 나서 대통령에 당선된 나라이고, '평등, 공정, 정의'를 외친 문재인 대통령마저도 약속과 다른 언행이니 말이다.
약속은 말뿐인 나라이니 지난 2016년 6월, 영남권 5개 시·도의 시장과 도지사들이 가덕도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 방안으로의 합의도 부산·울산·경남의 압박에 다시 헛일이 될 판이다. 문 대통령과 정치인이 앞서고 정부는 17일 국민 약속을 뒤집고 이들 3개 시·도지사 편에서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나섰으니 쓰레기 합의서를 찢을 일만 남았다. 믿은 국민만 바보였다.
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노린 나라 지도자의 꼴이 이러니 케케묵은 '남아일언풍선껌'이란 우스갯소리가 딱 어울릴 만하다. 국민이 그토록 목말라하던 공정사회를 이루겠노라고 외친 문 정부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자화상이자, 나라 지도자의 일그러진 한 모습으로 역사에 그려지지 않을까 두렵다. 부디 문 정부의 구호가 '기회는 차별, 과정은 부당, 결과는 불의'로 바뀌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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