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 사라지는 회룡포·선몽대…주민들 "영주댐 영향"

입력 2020-11-17 17:18:42 수정 2020-11-24 19:09:15

"영주댐 협의체 확대·개편해 내성천·영주댐 공존방안 모색해야"
환경부, 내성천 자연성 회복 연구용역
영주댐 협의체에 주민·지자체 등 추가 필수

위에서부터 각각 2009년 8월, 2018년 10월, 2019년 9월, 2020년 11월 촬영한 회룡포 전경. 시간이 흐를수록 하천 바닥이 드러나고 모래사장 내 식생 분포가 넓어지고 있다. 올해는 예천군이 모래사장 복원작업을 진행해 식생이 많이 제거된 상태다. 윤영민 기자
위에서부터 각각 2009년 8월, 2018년 10월, 2019년 9월, 2020년 11월 촬영한 회룡포 전경. 시간이 흐를수록 하천 바닥이 드러나고 모래사장 내 식생 분포가 넓어지고 있다. 올해는 예천군이 모래사장 복원작업을 진행해 식생이 많이 제거된 상태다. 윤영민 기자

내성천 백사장이 사라지고 있다. 환경부는 대책을 찾기 위해 '내성천 자연성 회복방안 마련을 위한 평가용역'을 진행 중이다. 용역이 제대로 되려면 내성천에 들어선 영주댐 물을 흘려보내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지역사회를 달궜던 영주댐 방류 갈등은 '내성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의 하나였던 셈이다. 내성천의 현재 모습, 영주댐 건설 배경과 실태, 공론장 형성을 위한 과제 등을 살피는 일은 내성천과 영주댐 공존의 접점을 찾는 중요한 과정이다.

◆백사장 사라진 회룡포·선몽대…명승지 무색

지난 15일 찾은 회룡포에서는 금빛 백사장 모습을 보기 어려웠다. 나무, 잡초 등이 무성하게 자라 백사장을 대신했다. 뿌리내린 식물 주변의 모래는 쓸려 내려가 새 물길에 자리를 내줬다. 여러 갈래 강물은 백사장을 갈라놨다. 일부 물길을 인위적으로 메운 중장비 흔적도 선명했다.

이런 모습은 회룡포 전망대에서 적나라하게 관찰됐다. 마을을 둘러싼 모래밭 위에 뿌리 내린 식생은 흰 옷에 때 묻은 초록색 풀물을 연상케 했다. 마을을 굽이쳐 흐르는 얕은 강물도 모래에 낀 이끼가 반사돼 '녹차라떼'를 떠올리게 했다.

백사장이 풀숲으로 변하는 이유로는 가뭄, 영양염류 유입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주민들은 영주댐의 영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한 주민은 "가뭄, 비료 등의 이유로 나무가 자랐다는 말이 있는데 과거에는 장마가 시작되면 다 씻겨 내려갔다. 영주댐 공사 이후 수량이 줄고 강이 거의 흐르지 않으면서 풀, 나무가 자랐다"고 했다.

회룡포 상류에 있는 선몽대 주변도 상황은 비슷하다. 선몽대 바로 앞 일부 백사장을 제외하면 갈대와 나무, 잡초가 뒤섞여 숲을 이루고 있다. 일부 남은 백사장도 굵은 모래로 뒤덮였다. 이 일대 내성천에서 고운 모래의 백사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민들은 "회룡포, 선몽대는 바닷가 백사장을 떠오르게 할 만큼 드넓고 보드라운 모래사장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제 모래는 굵어졌고 백사장은 숲으로 변해 명승으로 부르기 민망하다"고 하소연했다.

예천군은 두 명승지 백사장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예산을 들여 복원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총 2억7천500만원을 썼다. 내년에도 2억4천5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복원에 나설 예정이다. 예천군 관계자는 "회룡포, 선몽대 모래사장이 숲으로 변하는 원인을 영주댐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영주댐 방류에 맞춰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며 "백사장 정비는 하고 있지만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못하면 매년 혈세가 들어갈 판"이라고 했다.

◆내성천 변화 주범은 영주댐?

영주댐 건설사업은 1996년 수자원개발 가능시점 기본조사, 1999년 예비타당성조사 등으로 수면 위에 올랐다. 2001년에는 정부의 댐 건설 장기계획 12개 댐 후보지에 포함됐다. 타당성조사는 2004년 한 차례 진행됐다.

이후 지지부진 하던 댐 건설은 이명박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탔다. 4대강사업 추진이 한창이던 2008년 타당성 재조사를 거쳐 2009년 기본계획이 고시됐고, 그해 연말 착공했다.

댐 건설 목적은 낙동강에 깨끗한 물 공급이었다. 댐의 연간 총 용수공급량 가운데 91.8%가 하천유지용수이다. 생활·공업용수는 5.2%, 농업용수는 3.0% 정도다.

2008년 재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주댐에서 낙동강보다 깨끗한 물을 연평균 4.79㎥/s 방류하면 환경개선에 따른 편익이 6천4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맑은 물이 낙동강 수질을 깨끗하게 하는 가치가 댐 전체의 경제적 편익(7천189억원)의 약 90%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댐 준공 이후 이러한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댐 준공 시기와 맞물려 내성천 모습이 변하고, 댐 호수에서는 해마다 녹조가 발생하면서다.

녹조 원인으로는 댐 유역에 오염물질이 많은 점이 지목된다. 축산분뇨 등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환경부가 2018년 12월 발간한 내성천 중권역 오염원 정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주댐 유역에는 한우 등 축산농가 2천178가구가 밀집해 있고, 사육두수가 283만6천721두에 달했다.

영주댐 건설이 계획되고 준공되던 기간인 2008년과 2017년을 비교하면 사육두수는 21.9%나 증가했다. 댐 수질을 고려, 오염원을 줄여야 할 기간에 늘어나는 것을 방치한 셈이다. 오염원이 강우기 댐 호수에 모여들면 영양염류 등이 정체해 녹조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 물이 방류돼 내성천에 흘러들면 수질 개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

물론 모든 댐은 건설 초기 오염물질 유입으로 녹조가 생긴다는 주장도 있다. 초기 오염물질이 충분히 흘러가고 수질 관리가 안정화되면 녹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다.

내성천 변화를 두고도 가뭄이나 댐 상류지역 골재 채취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주기상관측소 강수량은 2011년 이후 2015년까지 해마다 감소했고 2015년은 1982년 다음으로 적었다. 아울러 2010년 이후 영주댐 수몰지 골재 채취량은 이전보다 수 배 증가했다. 가뜩이나 가뭄으로 내성천 백사장 식생 활착이 유리한 여건에서 댐 건설, 다량의 골재 채취 등이 맞물려 하천 변화를 가속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런저런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환경부는 올해 6월 '내성천 자연성 회복방안 마련을 위한 평가용역'을 발주, 내년 말까지 하천 모니터링에 나섰다. 이를 통해 영주댐 처리방안을 포함, 내성천의 자연성 회복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역여론 반영할 공론화 과정 거쳐야

환경부 용역 결과에 따라 내성천 자연성 회복을 위해 영주댐 해체 방안이 주요하게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댐을 존치한 채 수질을 개선하는데 드는 비용이 해체 비용보다 크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 주민이 고향을 잃고 이주했고 1조원 이상을 투입한 댐을 제대로 운영해보지도 않고 해체하자는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영주댐 방류 여부를 두고 정부와 지역민이 갈등을 빚자 주민들은 댐 하류에 천막을 치고 몸으로 방류를 막았다. 댐 해체 결론이 지역사회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외 다른 대안이 도출된다면 결국 내성천과 영주댐의 공존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된다. 오염물질 유입을 줄여 영주댐 수질을 깨끗이 하고, 내성천 백사장의 식생 활착을 막기 위한 모래 유입량 관리 등에 나서야 한다.

댐 운영을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1천29억원 규모의 영주댐 수질관리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와 영주시, 봉화군도 2022년까지 국비와 지방비 등 163억7천90만원을 투입, 영주댐 오염물질 저감 사업을 벌인다.

문제는 영주댐 처리방안, 내성천 자연성 회복방안 마련에 지역 여론이 얼마나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가 여부다. 환경부가 올해 1월 구성한 영주댐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에는 총 18명 위원 중 주민대표가 2명(지자체는 참여 배제) 뿐이어서 한계가 뚜렷하다.

영주댐 처리방안 논의가 내성천 자연성 회복방안 마련과 맞물린 만큼 댐 유역에 걸친 영주, 봉화, 안동은 물론 내성천 유역의 예천까지 여론수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내성천, 영주댐 문제는 타 지역 시민단체, 전문가,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지역민, 지자체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협의체 재구성 및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