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을 돈이나 선물로 환산할 수 있을까? 중국에서 사랑은 '소비'하는 것이지 '소유'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사랑받지 못한 당신의 욕망을 쇼핑으로 풀어라. 단 오늘 하루뿐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이렇게 속삭이면서 청춘 남녀의 쇼핑 욕구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마케팅 대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에선 사랑도 소비의 대상이자 마케팅 소재로 활용된다. 독신자들의 결혼상담소 소개팅 신청도 폭발한다. 소개팅도 1+1이다.
'상인(商人)의 후예'다운 중국인의 독특한 상술의 현대판이다. 11일 중국에선 지상 최대의 쇼핑 축제가 펼쳐진다. 이른바 '광군제(光棍節) 쇼핑'이다. 우리나라에선 '빼빼로데이'라며 결혼하지 않은 '솔로'나 '독신' 친구들끼리 서로 가볍게 빼빼로 같은 과자를 선물한다면 중국에서는 빼빼로데이를 '광군제'라고 부르며 1년 내내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대적인 쇼핑 축제가 펼쳐진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바바의 '티몰'(天苗)과 '타오바오'(淘寶) 징둥닷컴의 'JD' 등에서는 최고 90%에 이르는 할인율과 1+1 증정 등을 내걸고, 솔로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고 난리 법석을 떨고 있다. 원래 중국인들이 여행을 가고 쇼핑을 하는 명절은 국경절(10월 1일) 연휴와 춘절(설날), 그리고 노동절(5월 1일) 연휴뿐이었다. 전통명절인 중추절(음 8.15), 청명절(4.5), 그리고 단오절(음 5.5)은 그저 하루 쉰다는 의미 외에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황금연휴에는 '여행'을 통해 소비활동을 하고, 사랑을 소재로 한 가짜 명절에는 '쇼핑'을 통해 대량 소비를 하곤 한다. 요즘 중국에서는 이런 '가짜 사랑데이'(请人节)가 차고 넘친다. '칭런제'(情人節·밸런타인데이)와 '바이서칭런제'(白色情人節·화이트데이) 그리고 '광군제'(11월 11일)가 중국의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확인하는 '가짜' 사랑데이다. 우리나라에서 각 지방마다 축제를 열듯이 중국의 각 지방도시마다 온갖 명분으로 축제와 가짜 절(节,節)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오라고 손짓하기도 한다.
그 많은 가짜 명절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쇼핑 축제가 광군제다. '광군'(光棍)은 매끈한 몽둥이라는 뜻을 가진 중국어로 '독신자' 혹은 '솔로'를 의미한다. 11월 11일의 '1111'의 형태가 혼자 서 있는 외로운 사람처럼 보여서 광군제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1'이 두 개인 1월 1일은 소(小)광군제이지만 새해 첫날이라 광군제의 의미가 전혀 없어졌고, '1'이 셋인 1월 11일과 11월 1일을 중(中)광군제라고 한다. 1이 넷인 11월 11일을 대(大)광군제라고 했으나 요즘 광군제라고 하면 11월 11일을 가리킨다.
2009년 광군제 때 중국의 최대 온라인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이 자회사 '타오바오'를 통해 독신자를 위한 대대적 할인 행사를 시작하면서 광군제는 청춘 남녀를 위로하는 날에서 중국 최대의 쇼핑 축제로 탈바꿈하게 된다. 광군제가 쇼핑 축제로 전환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기름에 튀긴 길죽한 '요우탸오'(油条)나 찐빵을 솔로들끼리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위로하곤 했다.
2009년 알리바바의 첫 광군제 쇼핑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다음 해부터는 솔로뿐 아니라 모든 소비자를 겨냥한 쇼핑 축제로 거듭났다.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JD 등 대부분의 중국 쇼핑몰이 광군제 마케팅에 참여했고, 오프라인에서도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병행했다. 첫해 타오바오 매출은 5천만위안(약 85억원)에 불과했다. 바로 다음 해인 2010년 9억3천600만위안으로 20배 정도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광군제 쇼핑 돌풍이 일었다.
이처럼 사랑에 대한 욕망을 소비 욕구로 전환시킨 중국인의 상술은 정말로 놀라울 정도다. 10년 만인 2019년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광군제 매출은 무려 4천101억위안(약 70조원)으로 고속 성장했다. 광군제 쇼핑 축제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11월 11일 단 하루 24시간 동안 대대적인 할인 마케팅을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쇼핑 욕구를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
올해는 2월 춘절을 전후한 시점에 폭발한 우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위축된 소비심리가 하반기 들어 다소 완화되는 기미를 보였다는 점에서 광군제 쇼핑 축제에 알리바바와 징둥(京东) 등 중국 쇼핑업계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 위축과 매출 감소 등을 광군제 쇼핑 한 방으로 극복하겠다는 온라인 쇼핑몰의 다각적인 전략도 엿보인다. 코로나 시대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상술로 적극 활용하는 중국의 쇼핑 문화가 제대로 꽃을 피우고 있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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