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부시·오바마 '재선' 법칙 "트럼프가 깨겠네"

입력 2020-11-05 17:26:21 수정 2020-11-06 09:24:40

민주당 클린턴·오바마 "여유 있게 재선"
공화당 조지 워커 부시 "힘들게 재선"
트럼프, 바이든에 진땀승 시 '아들 부시' 사례 따라가
패배하면 '아버지 부시' 재선 실패 사례 또?

빌 클린턴, 조지 워커 부시, 버락 오바마 등
빌 클린턴, 조지 워커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재선'에 성공한 최근 미국 대통령들. 매일신문DB
자기 차례에서
자기 차례에서 '재선 법칙'이 깨질 위기에 놓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4일에서 5일로 넘어가며 개표 판세가 '확' 바뀐 2020년 미국 대선의 최종 결과가, 최근 3명 연속으로 이어진 미국 대통령 '재선' 법칙도 깰 지 주목된다.

앞서 빌 클린턴, 조지 워커 부시, 버락 오바마 등 90년대부터 재임한 미국 대통령들이 재선에 잇따라 성공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재선 법칙에 합류할 지에 관심이 향했다. 그러나 이 법칙의 '언젠가 깨질' 운명이 트럼프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5일 오후 5시 기준(미국 동부시간 기준 5일 오전 3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253명을 확보, 213명을 확보한 공화당 트럼프 후보에게 40명 차이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 요건은 270명이다.

2020년 대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연합뉴스
2020년 대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연합뉴스

▶일단 앞서 재선 기록을 쓴 3인 미국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살펴보자.

빌 클린턴 미국 42대 대통령은 1993년 1월 20일부터 2001년 1월 20일까지 재임했다.

이어 조지 워커 부시 미국 43대 대통령이 2001년 1월 20일부터 2009년 1월 20일까지 재임했다.

다시 버락 오바마 미국 44대 대통령이 2009년 1월 20일부터 2017년 1월 20일까지 재임했다.

참고로 미국 대통령은 재선을 하더라도 대수가 바뀌지 않는다.

▶1992년 대선에서 전임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대통령을 제압하고(이에 따라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 당선된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당시 미국의 경제 호황을 이끈 점을 바탕으로 1996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클린턴 하면 르윈스키 스캔들로 유명하지만, 이게 재선 성공 후 2년 뒤인 1998년에 터진 것이라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다만 이게 다음 대선에서 같은 민주당 후보가 아닌 상대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그 상대 공화당 후보가 바로 조지 부시 대통령이다. 다만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게 겨우 이기긴 했다. 선거인단 확보 수 271명 대 267명. 당선 요건인 270명을 겨우 채운 것이다. 앞서 클린턴은 첫 번째 대선에서 370명을, 두 번째 대선에서 379명을 얻으면서, 두 차례 대선 모두 여유 있게 잡았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당선 직후, 즉 취임하고 7개월여 뒤인 2001년 9월 11일 '9.11 테러'를 겪은 대통령이다.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이 배후에 있는 알 카에다를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일으켰고, 곧 이어 사담 후세인이 배후에 있는 이라크를 전장 삼아서도 전쟁을 벌였다.

9.11 테러라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안보 실책'을 비롯해 '복수전' 격으로 벌인 두 전쟁도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지만, '안보'를 강조해 2004년 재선에 성공했다. 다만 선거인단 확보 수를 살펴보면, 조지 부시는 286명, 상대인 민주당의 존 케리는 252명을 얻었는데, 결국 여유 있게 이겼다고 보기는 힘들다.

▶조지 부시에 이어진 재선 성공 대통령이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다.

선거 결과만 보면 같은 민주당 선배 클린턴을 연상케 한다. 선거인단 확보 수를 보면,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서는 365명, 2012년 대선에서는 332명을 얻는 등 압도적 차이로 상대 공화당 후보에게 이겼다. 클린턴과 오바마는 각 2차례 대선에서 300명대 선거인단을 얻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초선 상원의원 출신 오바마는 첫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지지율 역전 승리를 거뒀다. 이어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와 맞붙어 선거인단 수 365명 대 173명으로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 경선에 이어 대선 본선까지, 상승 가도를 달리며 얻은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첫 유색인종 대통령 기록까지 더해 화려한 조명의 연속이었다.

오바마는 2012년 재선에서도 3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 201명의 선거인단을 얻은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에게 대승을 거뒀다.

▶이어 다시 공화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상대로 선거인단 수 304명 대 227명으로, 77명 차이로 승리했다.

이는 직전 공화당 출신 조지 부시 대통령이 첫 대선에서 271명 대 267명(4명 차이로 앨 고어에 승리), 두 번째 대선에서 286명 대 252명(34명 차이로 존 케리에 승리) 등의 신승(辛勝, 힘들게 이김) 기록을 쓴 것과 비교하면 압승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역시 쉽지 않은 승리였다는 근거가 하나 있다. 득표수다. 득표수는 밀렸는데(힐러리 클린턴 6천584만4천610표, 트럼프 6천297만9천636표) 선거인단 수에서는 이긴, 역대 미국 대선 5번째 사례였기 때문이다. 그 직전 4번째 사례는 바로 선거인단 수 4명 차 진땀승을 거둔 조지 부시 대통령의 2000년 대선이었다. 아울러 트럼프의 선거인단 수 77명 우위 승리는, 5차례 사례 중 차이가 가장 많이 난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11·3 미국 대선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얼굴 모습을 번갈아 배치한 사진. 바이든 후보는 대선 직후인 4일(현지시간) 거주지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각각 승리를 확신하며 연설할 때의 여러 표정들이 사진 속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11·3 미국 대선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얼굴 모습을 번갈아 배치한 사진. 바이든 후보는 대선 직후인 4일(현지시간) 거주지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각각 승리를 확신하며 연설할 때의 여러 표정들이 사진 속에 담겨 있다. 연합뉴스

▶이어 트럼프는 바이든을 상대로 2020년 대선에서 경쟁, 그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재선이냐 아니냐.

만약 바이든을 상대로 이긴다면 앞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그랬듯이 힘들게 재선을 하는 맥락에 놓인다.

만약 바이든에게 패배한다면, 앞서 3명에 걸쳐 이어진 '요즘 미국 대통령=재선' 법칙을 깨는 장본인이 되고, 1992년 대선에서 클린턴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한, 역시 공화당 출신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41대 미국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다고도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는 힘들게 이기거나(조지 부시 대통령의 2차례 진땀승 사례, 트럼프 대통령이 득표수에서는 밀렸으나 결국 선거인단 우위로 승리한 사례) 아니면 패배한다는 새로운 법칙 작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민주당 대통령(클린턴, 오바마)이 4차례 대선에서 모두 여유롭게 승리한 점과 대비된다. 물론 이번에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클린턴·오바마처럼 여유롭게 이길 지 아니면 진땀승이 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는데, 트럼프가 개표 중단 소송까지 벌인 걸 감안하면, 이겨도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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