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의 매일춘추] 내가 라면을 먹는 방법

입력 2020-11-03 13:16:15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지난주에 이어 라면 이야기를 더 해보려 한다. 라면은 이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식품이지만 라면은 위험하다. '라면 형제'처럼 조리 과정이 자칫 위험하기도 하지만 라면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있다. 요즘은 건강을 위해 가급적 소금을 적게 섭취하려고 노력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인류는 소금 부족에 허덕여 왔다.

인간 체중 60%가 물이고, 그 중 1/12이 혈액인데, 혈액 속 수분은 소금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혈액량 유지에, 생명 활동에 소금은 절대 필요하다. 하지만 식물에는 소금이 거의 들어있지 않아서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소금을 따로 섭취해야지만 살 수 있다.

극지방 순록들이 사람 소변을 받아먹는 장면을 본 적 있다. 소변 속 소금을 먹기 위해서다. 차마고도의 동물들은 묶어놓지 않아도 때가 되면 주인을 찾아온다. 주인이 주는 소금 때문에. 산양이 바위를 핥는 행위도 마찬가지, 바위에 포함된 소금을 먹는 것이다.

인간에게도 소금은 아주 귀했다. 국가가 소금을 전매한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했고, 소금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많은 전쟁이 벌어졌으며, 영국이 부과한 무거운 소금세에 저항하며 추종자들과 함께 바다까지 먼길을 걸어가서 직접 소금을 얻은 간디는 인도를 독립시켰다. 소금이 세계사를 바꾼 것이다. 샐러리(salary, 봉급)는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는 로마 군사들이 가끔 소금으로 보수를 받았기 때문으로 그 만큼 소금은 귀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집집마다 소금단지가 있었고 '평안감사보다 소금장수'라는 속담처럼 소금 장수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렇게 귀한 소금이다 보니 허투루 낭비할 수 없다. 몸에 들어온 소금을 배설하지 않고 저장하도록 우리 몸은 적응했다. 귀한 소금을 잘 지키는 사람이 유전적으로 우수한 사람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그러던 소금이 갑자기 너무 흔해졌다. 하지만 우리 몸은 하루 아침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 소금 섭취는 늘었지만 몸은 아직도 그대로여서 먹는 소금 대부분을 저장한다. 그러다보니 늘어난 소금 섭취에 따라 혈액량이 늘어나고 그 결과 수많은 고혈압 환자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외부 접촉 없이 아마존 오지에 사는 야노마미족은 식물을 주식으로 하다 보니 소금 절대 부족 상태에 살아간다. 야노마미 한 사람이 반 년 동안 섭취하는 소금은 국물 포함한 짬뽕 한 그릇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야노마미는 나이가 들어도 고혈압이 생기는 일은 없다. 소금이 없으면 고혈압도 없다.

다시 라면으로 돌아와서, 라면 하나에 하루 권장량 소금이 들어있다. 그렇다고 스프를 적게 넣으면 라면 맛이 신통치 않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라면 속 소금은 국물에 많다. 그래서 나는 면만 건져먹고 아깝지만 국물은 안 먹거나 조금만 먹는다. 그렇게 해야 건강하게 오래오래 맛있는 라면을 계속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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