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아버지가 떠난 그 한 해는 유난히 길게 느껴지고 가슴 시린 아픔이 많았다. 세상에서 가장 가슴 아픈 건 이별인 것 같다. 연인과 헤어짐도 가슴이 아프겠지만 가족과의 영원한 이별을 겪어보니 이보다 더 아픈 이별은 없는 것 같다.
2018년 1월 초 아버지는 감기 증상이 보이셔서 병원 진료를 받던 중 폐렴 진단을 받으셨다. 아버지는 종합병원에 입원하셔서 치료를 받으시다 소생의 희망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공포감과 슬픔이 밀려오고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슬픈 이별을 준비하며 가족들을 부르고 임종을 준비했다. 한 번의 고비를 넘기셨지만 끝내 이별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버지는 행복하고 즐거움보다는 병고를 많이 겪으셨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오직 자식 잘되기만을 기대하며 정신력 하나로 살아오신 분이다. 다섯 자식은 그 은혜에 조금도 보답하지 못하고 이렇게 허망하게 보냈으니 이제는 가슴만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상에 많은 슬픔이 있겠지만 가족을 잃는 슬픔에 비길 수가 있을까? 아버지와의 이별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분향소가 꾸며지고 가족과 지인들의 문상으로 애도할수록 아버지께 잘 해드리지 못한 일들만 떠오르고 감히 고개를 들 수가 없고 한없이 부끄러웠다.
오래오래 사실 것 같았고 늘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어요. 보고 싶어요. 아버지. 한순간에 허망하게 가시고 나니 나의 어리석음에 탄식합니다.

아버지께서 가장 행복해하시던 때가 우리 형제들 결혼시키고 새 식구들이 늘어 날 때인 것 같고 막내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인 것 같다.
막내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서울에 있는 의과대학에 합격했고, 시골 전체가 기뻐하며 축하가 이어졌었죠. 현수막까지 걸렸었다.
막내는 형제와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늦둥이에 집안 형편이 썩 좋지가 않다보니, 아버지는 공부 말고는 물려줄 재산이 없다고 하셨다. 막내는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시킨 후 대구에서 재수를 시켰다. 막내는 공부하는 게 제일 재미가 있다며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 당시 우리 집 형편으로는 고등학교 시키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막내의 꿈은 자꾸 커져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다. 형제들은 반대했죠. 아버지 힘들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지만 한 학기를 다니더니 또다시 재수생의 길로 들어섰다. 몇 달간의 고시원 생활을 거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린 할 말을 잃었다. 막내는 그간의 맘고생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몸이 쇠약해져 병이 날 정도였다. 만약에 원하는 대학에 못 가고 낙방을 했다면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갔을 것 같다.

흔히 나이가 나보다 어리다고 그래서 생각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는 어린 동생을 무시해 버리곤 했다. 좋은 대학이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꿈마저 우리가 결정하는 오류를 범할 뿐 했으니까.형으로서 아주 부끄러웠다.
우리 아버지는 젊은 시절 불의의 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오신 분이다. 특히 우리 자식들을 지지해주셨다. 그렇기에 막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움 없이 걸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던 아버지가 더는 계시지 않다는 생각에 그리움이 커진다. 이제는 한 분 남은 어머니를 잘 모시며 아버지의 그리움을 달래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을 겪고 있는 어리석은 아들이 아버지가 하늘에서 평안을 누리시길 소원합니다.
아버지(이윤호)를 사랑하는 아들 이준범(JB농막 대표) 올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