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이광영 씨 부친 故 이말술 씨

입력 2020-10-22 14:30:00 수정 2020-12-10 11:22:05

2011년 9월 아버지(이말술) 씨와 어머니 산소 앞에서 사진을 찍은 이광영 씨. 본인제공.
2011년 9월 아버지(이말술) 씨와 어머니 산소 앞에서 사진을 찍은 이광영 씨. 본인제공.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가 이제 몇 해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버지 기일에 참석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살아생전 아버지 모습을 떠올려본다.

눈 내리던 날 아버지가 계신 경산요양병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찾아 갔을 때 침대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와 함께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돌아올 때 힘없이 손을 흔들어 주시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요양병원 몇 곳을 다니시다가 6월 어느 날 새벽에 눈을 감으셨다.

아버지께서는 2년을 넘게 대구의 요양병원에 계셨다. 나는 우리 집 인근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셔 놓고 퇴근길에 아버지를 자주 찾아뵜다. 2년을 병원에 계시면서 아내는 아버지를 틈만 나면 찾아 뵙곤했다. 그 당시 요양병원 간호인으로 계신 분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우연히 다른 병원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 그때 병원을 자주 찾던 우리 가족을 기억해 주었다.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장남도 아닌 제가 아버지를 가까이 모실 수밖에 없었다. 형제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내게 미안해하고 고맙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의 아버지는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평생 농부로서 힘겨운 삶을 살아오셨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우리 일곱 남매 자식들을 제대로 공부도 시키지 못하고 자식들과 더불어 고된 삶을 사셨다. 그래도 고교 시절 두루마기를 두르신 아버지는 존경스럽고 멋진 분이셨다. 어머니는 순수한 한복에 머리를 틀어 비녀를 찌른 현란하지 않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의 수면처럼 넓고 고요하고 푸근한 사랑의 결정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소죽을 끓이시고 세숫물을 데워 내게 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아버지는 하루 농사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시며 자식 생각에 산딸기를 호박잎에 싸서 일곱 남매들에게 한 줌씩 나눠 주셨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게 생각난다.

그 가난한 살림을 사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는 오죽했을까. 생각만 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조금만 더 사셨더라면 좋은 세상에서 우리 형제들이 살아가는 정겨운 모습 지켜보면서 행복해 하셨을 텐데. 그리고 아무 걱정 없이 눈을 감으셨을 텐데. 지금은 형제들이 밥을 먹고 살 만큼 가정을 이루고 잘살고 있다. 아버지 기일에는 함께 모여 서울 큰 형님댁에서 제사를 모신다.

아버지는 대구의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두셨다. 나는 깊은 밤에 병원의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갔으나 아버지는 이미 하얀천으로 덥혀 있었다. 영구차에 아버지를 모시고 고향 김천으로 내려갔다. 김천으로 가는 한 시간 동안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해마다 여름이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죄스러움에 고개를 숙인다.

아버지는 평생 땀 흘리시며 일하시던 고향 마을 앞산에 계신다. 고향 집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아버지는 고구마, 감자, 콩을 심으시며 때로는 참외 농사를 짓기도 하셨다. 산소를 찾아올 때면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해마다 돌아설 때면 마음이 무겁다. 예전에 성묘를 하러 갔는데 산소 옆에 핀 야생화를 보며 그래도 이쁜 꽃도 보시고 외롭진 않으시겠다고 생각했다.

수년 전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며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기도 했다. 고생 많이 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눈물이 흐르기도 했었다. 도란도란 사시던 부모님 생각이 더 난다.

오늘은 더 부모님이 그리운 그런 날이다. 그립습니다.

아버지(이말술)의 넷째아들(이광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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