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율 높은 경북 '지방소멸'…1982년 이후 729곳 폐교

입력 2020-10-18 16:00:03 수정 2020-10-18 23:12:51

경북도교육청 '학교 설립 및 폐교 현황' 전수분석
경북 출생률·학령인구 줄어…학생 수 60명 미만 초교 절반
20대 신혼부부·50대 학부모 세대 감소에 지역 슬럼화 가속
"무조건적 통폐합 대신 학교 존속 정책 고민해야"

15일 경북 김천시 지례면 옛 김천상고의 모습. 김천상고가 지난해 폐교된 뒤 운동장에는 풀만 무성하고, 김천교육지원청의 무단 점유 금지 안내문만 붙어있다.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
15일 경북 김천시 지례면 옛 김천상고의 모습. 김천상고가 지난해 폐교된 뒤 운동장에는 풀만 무성하고, 김천교육지원청의 무단 점유 금지 안내문만 붙어있다.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

경북에서 초·중·고등학교 폐교율이 높은 기초자치단체가 지방소멸 가능성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폐교가 있는 지역은 젊은 인구 유입이 멈추고 성장동력을 잃어 슬럼화·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매일신문 기획탐사팀이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학교 설립 및 폐교 현황'을 보면 1982년부터 올해까지 경북 내 729개 초·중·고교가 폐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전남(828곳)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다.

특히 올해 기준 경북 내 학생 수 60명 미만인 초등학교가 전체 510곳 중 232곳(45.5%), 중학교가 전체 266곳 중 103곳(38.7%)으로 각각 나타나 시간이 흐를수록 폐교 수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설립 학교 수와 폐교 수를 비교 분석한 지역별 '폐교율'은 영양군이 69.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의성군(66.0%), 군위군(62.5%), 영덕군(60.3%) 등의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지방소멸 위험지수가 매우 심각한 '위기' 등급이었다.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를 노인 인구로 나눈 값이다. 이 지수가 0.2 미만이면 '위기' 지역으로 본다.

폐교율과 지방소멸 위험도가 정비례하는 것은 폐교가 20~50대 신혼부부와 학부모 세대 인구 감소에 따른 현상이어서다. 해당 연령대 인구가 떠나거나 자연 감소하면 지역 내 출생률과 학령인구도 함께 줄어들었다.

폐교로 인해 지역사회는 학생들 삶의 질 악화와 학교 관련 경제활동 저하, 고령화 가속, 빈집 증가로 인한 슬럼화 등 악영향을 받고 있다.

15일 경북 군위군 산성면 옛 산성초 교실에 주인 잃은 게시판이 폐교 이후 방문한 사람들의 낙서만 가득한 채 방치돼 있다.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
15일 경북 군위군 산성면 옛 산성초 교실에 주인 잃은 게시판이 폐교 이후 방문한 사람들의 낙서만 가득한 채 방치돼 있다.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

실제 김천 지례면은 지난해 김천상업고교가 문을 닫자 학생 자취방을 제공하던 주택과 문구점과 서점, 분식점 등이 줄폐업했고, 주인 잃은 빈집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 일부 지역에서는 학교, 졸업생 동문, 지역사회 등이 나서 폐교를 막고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의성 안계면 안계중·고등학교 졸업생 동문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말까지 '학교 살리기' 모금 운동에 나섰다. 1억원을 모아 모교 학생들에게 기숙사비를 지원하고, 향후 10년간 장학금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학교 통폐합 위주의 정책이 아닌 적은 수의 재학생을 대상으로도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하며 학교를 존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득환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가 인구 댐 역할을 할 수 있다. 학교를 남겨 젊은 층 유출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하고, 학교를 거점으로 지방 공동체를 살려야 한다"고 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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