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삼일야간학교 교장 "배울 사람 없을 때까지 노력"

입력 2020-10-08 20:15:46 수정 2020-10-08 20:18:57

7일 만난 김대희 삼일야간학교 교장이 학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tong@imaeil.com
7일 만난 김대희 삼일야간학교 교장이 학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tong@imaeil.com

"더는 배울 사람이 없어 학교 문을 닫는 것이 목표입니다."

7일 대구 달서구 서남시장에서 만난 삼일야간학교 김대희(67) 교장은 "학교를 운영하며 시기를 놓쳐 늦깎이에 배움의 기쁨을 깨닫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며 "문맹률을 낮춰 폐교하고 싶지만 50년 가까이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나둘 영업을 마치고 어둠이 내리는 늦은 오후, 서남시장에는 밤만 되면 불이 켜지는 곳이 있다. 바로 삼일야간학교이다. 이곳에는 시기를 놓쳐 초등, 중등,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거나 한글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공부하기 위해 밤마다 모이는 곳이다. 1972년 개교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대학 시절 수업을 시작하게 된 김대희 교장이 헌신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김 교장은 "부모님의 덕을 받아 대학까지 배운 것을 나눌 방법이 없을지 생각하던 중 지방자치단체별로 정규수업을 놓친 사람들을 교육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며 "이후 자원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단에 서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배움에 있어서 평등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50년 가까이 지켜오고 있다. 김 교장은 "경제적인 이유로 공부를 할 수 없는 여건을 타파하고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공부를 할 수 있는 학습공동체를 만들겠다"며 "만학도들을 새로운 배움의 길로 이끌어 제2의 인생을 출발할 수 있는 전전 하고 아름다운 인생 기반을 만들어 주겠다"고 설명했다.

그와 제자들의 학구열은 코로나19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 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수업을 할 수 없게 됐고 3월 2일부터 전국 정규, 비정규 학교를 통틀어 최초로 SNS 등을 활용해 고령의 학습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며 "검정고시의 경우 공부하는 시간이 비교적 짧은 만큼 학업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7일 삼일야간학교 김대희 교장이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 상의를 하고 있다. tong@imaeil.com
7일 삼일야간학교 김대희 교장이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 상의를 하고 있다. tong@imaeil.com

개교부터 48년간 야간학교에서 교사 및 교장 생활을 해 온 그를 거쳐 간 학생은 3천500여 명에 달한다. 올해 42명의 검정고시 합격생을 배출하는 등 총 2천500여 명의 학생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현재 삼일야간학교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20명의 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움반(문해기초), 사랑반(문해심화·초등), 정의반(중등), 진리반(고등) 등 4개 학급에서 28명의 학생이 공부 중이다.

뿐만 아니라 행정학 박사인 김 교장은 1988년부터 대구 소년분류심사원(구 대구 소년감별소)에서 청소년상담활동, 2007년부터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 2015년 '달서구 희망학습마을 지원사업', 2019년 '교육부 검정고시 프로그램 운영 지원사업' 등을 진행해왔다. 특히 지난달에는 대구지역 야학을 이끌어가는 모범교육자로 인정받아 제32회 자랑스러운 달서구민상 교육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교장은 앞으로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 없을 때까지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그는 "처음 교육을 시작했을 때 10년이면 대부분 교육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아직도 배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오다 보니 학교 문을 닫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자를 모르는 사람을 교육해 대학에 보내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용기를 줄 수 있는 것이 교육의 참된 힘"이라며 "앞으로 배울 사람이 없어 학교를 문 닫는 날까지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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