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수 과목이나 심화과목, 여러 학교가 공동으로 온라인 수업 운영
“진로·적성 맞는 과목 선택해 언제 어디서나 수강” 학생 만족도 높아
학교가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실히 반영해 교과목을 개설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 과목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많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담장을 넘어 여러 학교가 함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을 활용한다면 시간적, 공간적 제약도 넘어설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은 어느새 꽤 익숙한 일이 됐다. 코로나19가 앞당긴 변화 중 하나다. 사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교육당국이 조금씩 확대해오던 사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더 탄력이 붙을 조짐도 보인다. 교육 현장에서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이 어떻게 구현되고 발전해나가는지 살펴봤다.
◆온라인에서 학교들이 힘을 모은 교육과정
현재 각 학교가 운영하는 온라인 수업은 학교별로 운영하는 정규 수업인 경우가 보통이다. 한마디로 등교해 듣는 수업의 대체재. 하지만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은 이와 좀 다르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 맞춤형 진로 설계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공동교육과정은 희망 학생이 적은 소인수 과목, 교사 수급이 어려운 심화과목 등에 대해 여러 학교가 공동으로 과목을 개설해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은 이전보다 잘 보장되겠지만 지역 간 격차, 학생 이동 시간과 안전 등이 문제될 여지가 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오프라인에서 제공되던 공동교육과정을 온라인상에서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 방식으로 진행해 정규 과목을 이수하는 제도다. IT 기술을 활용해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는 것이다. '교실온닷'(edu.classon.kr)이 실시간 화상 수업 플랫폼이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건 2025년 전면 도입될 고교학점제의 기반이기도 하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활성화하면 좀 더 다양한 과목이 개설, 운영될 수 있다. 교육부도 이미 지난해 말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강조한 바 있다.
교육부 측은 "각 학교 내에서 해소되지 못한 교육 수요는 온·오프라인 공동 교육 클러스터, 대학 및 지역사회 연계 등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력 체제를 통해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생들도 자발적 참여로 만족도 높아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펴낸 '2019년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시범운영 우수사례집'을 보면,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수업 진행방식과 그로 인한 성과 등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2학기 대구 다사고 이광수 교사가 진행한 과학사 수업은 동서양의 과학사와 과학 철학을 학습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교양 과목의 성격에다 수능 시험과 거리가 멀어, 수요가 있지만 각 학교 여건상 개설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4개 학교 총 7명의 학생이 모여 함께 수강하게 됐으나, 처음에는 토론이나 모둠별 활동에 있어 다소 낯을 가리거나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두 달여간의 수업 결과, 학생들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특히 토론에서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구고 배현진 교사도 지난해 1학기 5개 학교 9명, 2학기 5개 학교 6명의 학생들과 교육학 수업을 진행했다. 학교에서 충족시켜줄 수 없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진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교양과목 이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것.
특히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대부분 자신이 택한 과목에 관심이 많고, 자발적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참여도도 높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한다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또한 온라인 환경 특성상 학생들이 수업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고, 수업 참가에 대한 거부감이 비교적 덜하다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으로 진로 맞춤형 교육과정 실현
이러한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대구시교육청도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데 적극적이다. 그 덕분에 지난 1학기 때 코로나19로 휴업 기간이 연장되는 와중에서도 학생이 진로와 관련된 정규 교과목을 신청해 이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시교육청은 1학기 때 34개 강좌를 운영했다. 고급물리학, 빅데이터 분석, 전자회로, 러시아어 회화Ⅰ, 베트남어 회화Ⅰ 등 희망 학생이 적거나 교사를 구하기 어려워 개별 학교가 개설하긴 어려운 과목들이었다. 거점학교 17곳을 정해 '교실온닷'을 활용,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500여 명의 학생이 수강 신청했다.
학생들로선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진 셈. 온라인을 활용하는 만큼 언제, 어디서나 수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모바일로도 접속해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일부 강좌는 무학년제로 운영했다.
접하기 쉽지 않은 과목들이었던 만큼 참가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교사들도 마찬가지. 김언동 다사고 교사는 "온라인 수업도 결국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할 때 좋은 수업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며 "학생들과 실시간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어 좀 더 좋은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채정희 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진로진학담당 장학사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할 것"이라며 "2학기에는 오프라인을 포함해 무학년제로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109개 운영한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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