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군주'는 계몽사상가의 영향을 받아 합리적이며 개혁적인 정치를 추구하는 군주(君主)를 뜻한다. 대표적인 인물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가 꼽힌다. '프리드리히 대왕'으로 칭송받는 그는 '감자대왕'으로도 불린다. 당시 유럽인들은 감자 먹기를 꺼렸다. 감자의 흉한 모습 탓에 먹으면 독이 퍼져 죽는다는 미신이 퍼져 있었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국민 앞에서 시식회를 여는 등 감자 보급에 힘을 쏟았다. 그 덕분에 전쟁으로 피폐해진 프로이센은 흉년 위기를 넘겼다. 그의 묘엔 요즘도 참배객들이 감자를 놓고 간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즉위하고 나서 첫 번째 취한 조치는 가난한 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었다. 혹독한 겨울에 가격이 치솟아 백성이 곤란을 겪자 왕실 곡물창고를 열어 가난한 백성에게 싸게 판매토록 했다. 두 번째 조치는 민간인에 대한 고문 폐지였다. 고문 제도 철폐는 유럽 군주 중 그가 처음이었다.
북한군이 대한민국 국민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한 데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통해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로 치켜세워 논란이다. 그는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며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 같다"고 평가했다. '계몽군주'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 이사장의 말도 안 되는 발언에 누리꾼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 "유가족 앞에서도 그 말을 할 수 있겠느냐" "당신 가족이 이런 죽음을 맞이했어도 계몽군주라 말할 텐가" "21세기에 계몽군주 나왔다고 박수치며 환호하는 저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건가?" 등의 글이 올라왔다. "그렇게 김정은을 칭송하고 싶으면 계몽군주 밑에 가서 사시라"는 비아냥도 나왔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책을 쓴 유 이사장이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에 비유한 것은 한참이나 거꾸로 간 망언이다.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하고, 굶주림 등 주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사람은 계몽군주가 아니라 폭군일 뿐이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땅을 칠 일이다. 유 이사장을 비롯한 정권 인사들이 김 위원장 사과에 감읍(感泣)하는 행태에 국민은 나쁜 의미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또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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