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 김민준 지음/ 동아시아 펴냄
"작은 로봇이 인체 안에 주입되어 암세포를 제거하고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기술을 만들면 어떨까?" 한 과학자는 영화 '이너스페이스'를 보며 떠올린 이같은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나노로봇 공학' 분야에 뛰어든다.
그는 마침내 동맥 혈관을 따라 수영하는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유네스코-넷엑스플로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는 세계 최초 트랜스포머 나노로봇 개발자인 김민준(45)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석좌교수다.
◆박테리아 나노로봇의 변천사
김민준 교수의 나노로봇은 '나노'라는 말이 의미하듯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의 크기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을 뿐만 아니라, 혈관 안을 수영하면서 혈관의 막힘을 제거하고 몸속 특정 부위에 약물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작디 작은 로봇이 신체라는 소우주에 활로를 개척한 셈이다. 나노로봇을 뇌 속으로 투입한다면 미지 영역으로 남아있던 인간의 뇌까지 탐험할 수 있게 된다.
혈액, 척수액 등 우리 신체의 다양한 유체 환경에서 나노로봇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한계에 대해 고민하던 김 교수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처럼 로봇이 스스로 형태를 바꾸는 아이디어를 접목시켰다.
그는 1차적으로 비뉴턴 유체에서도 힘차게 헤엄치는 박테리아의 능력을 모방한 '박테리아 로봇'(1세대 박테리아 나노로봇)을 개발했다. 이후 1세대 박테리아 나노로봇은 유체 환경의 변화를 자동으로 인식해 가장 최적화된 형태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 나노로봇'(2세대 박테리아 나노로봇)으로 진화했다. 이처럼 형태 변화 기능을 통해 유체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의료용 나노로봇의 상용화의 미래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2세대 박테리아 나노로봇이 세포벽이라는 장애물을 뚫지 못하자 박테리아 나노로봇을 3차원 나선형 구조로 회전하는 기능을 탑재시켰다. 이제는 로봇 제어를 위한 소프트웨어 측면의 문제가 남아있으며, 김 교수는 나노로봇에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능을 탑재하는 연구를 현재 진행 중이다.
그가 연구하는 차세대 나노로봇 소재는 2020년을 발칵 뒤집은 '바이러스'다. 세포 내부로 거침없이 파고드는 바이러스의 침투력을 나노로봇의 효율적인 약물 전달 능력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다. 코로나19로 인류의 재앙이 되어버린 바이러스는 그의 연구실에서 인류의 구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사람이라는 소우주 연결하기
신간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는 나노로봇공학자로서의 김 교수의 인생을 통째로 요약해낸 한 권의 일대기이자 과학서적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2장에서는 경이로운 나노로봇 세계와 나노로봇에 변천사가 펼쳐진다. 나머지 장에서는 김 교수가 세계적 석학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려내며, 그의 SF적 상상력이 어떻게 현실화되는지를 보여주고, 나노로봇공학의 계보와 그를 키워낸 스승과 그가 키워낸 제자들의 이야기까지 엮어낸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대학교까지 한국에서 수학했으며, ROTC로 군 생활까지 경험한 한국 청년이다. 어린 시절부터 앓아온 난독증 때문에 오히려 학습에 애로사항이 많았던 그가 젊은 나이에 세계적 석학 반열에 오르기 까지 인생 여정의 각 순간 순간에는 스승의 빛나는 가르침이 있었다.
그를 키워낸 스승은 교사와 교수만이 아니다. 오른팔 절단 수술을 받아 장애인으로 살아야 했던 외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었던 경험, 국어 선생에게서 30cm 자를 선물 받고 난독증을 극복했던 경험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됐다. 그는 자신이 융합형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편견 없이 생활했던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노로봇공학은 혼자 하는 학문이 아니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연구자와 소통을 통한 공동연구에 의해 하나하나 결과를 만들어가는 인문학적 과정이다."(프롤로그 중에서)
그가 언급했듯 나노로봇을 만들려면 로봇공학만 다뤄선 안 된다. 의공학, 전기·컴퓨터공학, 재료공학, 수학, 화학, 물리학, 미생물학, 의학 등 다양한 학문을 두루두루 다뤄야만 한다. 즉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한 명의 올라운드형 천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학문 분야를 모아 융합형 연구팀을 꾸리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융합적 사고가 핵심인 셈이다. 이는 혁신과 진보가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람이라는 소우주를 연결하는 일'(융합과 협동)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준다. 33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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