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에 이어…HDC현대산업개발 '아시아나' 인수 결국 무산

입력 2020-09-11 19:05:26

산업은행·금호산업, 11일 "현산에 계약 해지 통보"
항공업계 인수합병 모두 물거품…이스타는 재매각, 아시아나는 채권단 관리체제로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우선협상대상자인 HDC 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미결정으로 11일 결국 결렬됐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우선협상대상자인 HDC 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미결정으로 11일 결국 결렬됐다. (자료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결국 결렬로 마무리됐다. 항공사의 부실한 재무구조가 인수 리스크로 여겨진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결국 노딜(No deal)로 끝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금호산업이 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도 이날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이 최종시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M&A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M&A는 약 10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양측이 지난해 12월 맺은 인수 계약에 따라 금호산업과 HDC현산은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까지 유상증자 및 구주매매계약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그러나 올 들어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의 늪에 빠지며 경영 환경이 급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말보다 한층 심각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91%로 지난해 말(1386%) 대비 900%p 이상 급증했다. 자본잠식률도 지난해 말 18.6%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49.8%로 악화했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난기류가 지속했다. 현산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싸고 날선 책임공방을 연일 벌였다. 지난 7월 26일 현산은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의 상황이 악화된 것을 강조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에 대한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했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미 충분한 실사가 이뤄졌다며 재실사를 거부하고,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의지에 의문을 표했다.

이후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마지막 담판'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당시 산은은 현산 측에 인수가를 최대 1조원가량 낮춰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산이 지난 2일 이메일을 통해 다시 한 번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하는 입장을 아시아나 채권단에 전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실상 인수전이 '노딜'(No deal)로 끝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앞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도 무산된 바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지난해 12월18일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 3월2일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SPA를 맺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 인수작업 중에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만큼 자금 사정이 악화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65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1분기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은 약 680억원에 불과하다. 이어 제주항공은 지난 4월28일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을 이유로 들며 주식 취득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경영난에 2월부터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체불임금이 250억원가량까지 불어났다. 여기에 이스타항공조종사노동조합이 전 노선 운항 중단(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제주항공 측에서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양측 간 진실 공방까지 불붙었다.

결국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1700억원대에 달하는 미지급금을 해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조건을 충족했다며 지난 7월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해 체결한 SPA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인수가 무산된 두 항공사는 각자 다른 경로로 경영 정상화에 나서게 된다.아시아나항공은 약 6년 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간다. 채권단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며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체제로 편입한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사모펀드(PEF) 및 기업 4곳 등 총 10여곳이 인수 의사를 밝혔으며, 이달 말께 우선협상 인수기업을 선정하고 10월 중 인수합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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