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연말 코로나19가 중국을 휩쓸었을 때만 해도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멈춰서는 것이 내 일상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2월 말 대구에서 신천지발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된 지 6개월, 벌써 두 계절이 지났지만 언제쯤 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의 고통은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하다. 가장 약한 부분부터 먼저 부서지기 때문이다. 실직과 폐업이 줄을 이으면서 먹고살 일이 막막한 이들도 상당수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할 능력이 있어도 그냥 쉰 인구가 총 246만2천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취업을 희망하지만 고용 상황이 여의치 않아 구직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 역시 68만2천 명으로 2014년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취업자 수는 27만4천 명이나 줄었다고 한다.
비대면이 '뉴노멀'이 되면서 교육 불평등도 더욱 확대됐다. 교육의 상당 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지만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 비싼 기기와 데이터 설비를 갖추지 못한 아이들은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무료급식소와 복지시설 등은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면서 또다시 운영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수록 경제적 한계 상황에 놓여 있는 이들의 어려움도 눈덩이처럼 늘어나지만 언제쯤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을지 아무도 낙관하지 못한다.
지난 8일 제277회 임시회가 개원하는 날 대구시의회를 찾았다. 가정복지회에서 9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한끼듭쇼'라는 기부 행사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한끼듭쇼'는 평소 "밥이나 한 끼 하자"는 우리 사회의 흔한 인사말에서 착안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만남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밥 한번 먹자'고 말만 건넸던 지인에게 비대면으로 마음을 전하는 형식이다.
3만원을 내면 가정복지회가 한 끼 식사를 포장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이에게 직접 배달해주고, 남은 금액은 어려운 이들의 한 끼 마련에 쓰이게 된다. 음식점과 카페 등 대구 지역 자영업자들과 함께 진행해 매출 급감에 고심하는 자영업자에도 도움이 된다.
이날 대구시의회를 찾은 것은 릴레이 형식으로 확산될 수 있는 기부 행사이다 보니 '가장 맨파워가 뛰어난 집단이 어딜까' 고심한 결과다. 사실 인원이 많아 부담이 되긴 했지만 내가 나눈 한 끼 밥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구시의원 30명에게 먼저 한 끼를 대접했다.
가정복지회는 지난 5월부터 '찐 기부야 챌린지'를 통해 재난지원금 10% 모금운동을 진행해 온라인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태블릿 PC와 노트북 컴퓨터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번에는 연말까지 어려운 이웃들과 밥 한 끼를 나누는 '한끼듭쇼'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가정복지회가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은 결국 장기화하고 있는 위기를 넘길 방법은 서로 돕는 우리 사회의 '연대의 힘'밖에는 해법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마음까지 우울한 지금, 밥 한 끼 나누고 싶은 소중한 사람을 찾아 기부해보면 어떨까? 그 따뜻한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대구시민 모두가 함께 밥 한 끼를 나누는 행복한 캠페인이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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