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시장 정비사업구역 내 개고기 점포 4곳 불과
개 식용업 제재할 법적 규제 마련 우선돼야
지난달 16일 초복을 맞아 오랜만에 활기를 띤 칠성 개시장에서 기자는 달갑지 않은 방문객이었다. 상인들은 수첩을 들고 기웃거리는 기자를 향해 경계심 가득한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 아마도 매년 복날 찾아와 꽹과리를 치며 '전업'을 요구하는 외부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날 대구시청 앞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회가 권영진 시장을 향해 칠성 개시장 폐쇄와 상인들의 전업 대책 마련을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 전, 권 시장은 '개 식용이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고 도살장이 도심에 위치해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며 칠성 개시장을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 진전은 없었다.
동물보호단체들이 대구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남 모란과 부산 구포의 개시장이 사라지면서 칠성 개시장이 전국 유일의 개시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북구청 민생경제과에는 매년 복날이면 전국으로부터 개시장 폐쇄를 요구하는 항의가 쏟아진다고 했다. 빗발치는 항의에도 권 시장의 약속을 실행에 옮길 법적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다.
대구시와 북구가 칠성시장 일대에 재정비 사업이 예정돼 있어 사업 진행에 따라 개고기 골목이 자연스레 사라진다는 수동적인 대답만 내놓는 이유도 법적으로 개 식용업소를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칠성 개시장 폐쇄를 외치는 이들이 기대를 거는 것은 칠성시장 일대에 진행 중인 정비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북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칠성원‧경명‧상가 시장정비사업' 구역 안에 개고기 골목도 포함돼 있다. 사업이 진행되면 개고기 골목 안에 있는 점포들이 자연스레 사라질 거라는 바람이다.
그러나 사업 계획이 기존 상가에서 주상복합형 건물로 변경되고, 코로나19 여파로 총회 개최 등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사업시행인가 단계까지 갔던 정비사업이 사업 추진 계획 수립 단계로 되돌아가게 됐다. 조합 측은 추진 계획을 변경하는 데만 앞으로 두세 달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 진행 일정이 연기되며 개시장 폐쇄 수순 역시 연기된 일정만큼이나 늦춰지게 됐다.
연기된 일정보다 더 큰 문제는 개고기 골목이 사업 구역 안에 들어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칠성시장 일대에서 개 식용업을 이어가는 점포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칠성시장 개고기 골목 안팎에는 18개의 개 식용업소가 있지만 정비사업 구역 안에 들어가 있어 사업 진행 단계에서 사라질 곳은 4개 업소에 불과하다. 더욱이 동물 학대의 온상이 되는 도축시설 역시 정비사업 구역 바깥에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사업 계획이 구청 심의를 통과해 사업시행인가가 다시 나기까지 약 4~5개월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개고기 골목 내 상점들의 이주 철거 일정은 1년 6개월 이상 늦춰지게 된다.
북구청 민생경제과 관계자는 쏟아지는 민원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개시장을 폐쇄하면 개 식용 점포가 사라질 것이라고 이해하지만 개고기 골목에 속해 있지 않은 개별 업소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고도 했다.
개 식용업과 도축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면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민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근거 없는 약속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제도 마련 없이는 대구시장의 약속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구청 관계자의 약속도 일대에 진행 중인 정비사업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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