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린 독립운동가들/ 손성진 지음/ 개마고원 펴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잊히겠죠?… 미안합니다…"
영화 '암살'에서 김원봉(조승우 분)은 독립을 위해 싸우다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이들을 기리며 쓸쓸한 목소리로 이렇게 읊조렸다. 관객들은 이 대사를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들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슬프지만 그 말이 진실이라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독립운동가를 알고 있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더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해 누구는 평생을, 누구는 목숨을 바쳤다. 그렇게 우리가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에, 우리는 미안함과 부채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미안함과 부채감에서 출발한다.
◆왜 우리는 그들을 잊어버렸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적과 업적을 보면 이제껏 알려지지 않고 있던 것이 이상할 정도다. 왜 이들은 어떤 이유로 잊혀진 걸까?
먼저 이념의 문제다. 광복에 이은 분단으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평가도 갈려버렸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은 언급 자체가 기피됐다. 김원봉이나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도 그전까지는 우리가 잘 몰랐던 이들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중국 홍군(紅軍)과 협력한 양세붕이나 러시아 적군(赤軍)과 협력한 김경천 등과 같은 인물도 마찬가지 경우에 해당한다. 사회주의 활동을 한 주세죽(박헌영의 아내)과 박차정(김원봉의 아내)이 그러했다.
이념과는 별개로, 정치적 이유에서 그렇게 된 경우도 있다. 박용만은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이끌었는데, 이승만과 대립했다. 둘은 한때 의형제도 맺었지만, 독립운동의 방향을 놓고 완전히 절연한다. 해방 후 그의 업적이 덜 알려지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일부 세력이 정치적 이유로 유관순을 독립운동의 표상으로 띄우면서 김구응이 묻히게 된 것도 그런 사례다.
자료가 부족하고 업적을 알릴 후손들이 없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국외로 떠돌았는데, 특히 북한 지역이나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해서는 기록이 미비하다. 또 후손이 남아 있다면 나서서 독립유공자로 신청하고 선양사업도 할 테지만, 독립운동가 집안은 풍비박산 나기가 일쑤여서 남은 후손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한국에 없는 경우도 많다.
만주 독립군 사령관으로 당시 신문에서 "독립운동에 관계된 인물로서 모르는 이가 없다"고 일컬어진 오동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오늘날 일반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며, 변변한 연구논문도 없다. 후손도 끊겼고, 묘소도 국내에 남아 있지 않다.(그의 묘소는 북한의 국립묘지인 애국열사릉에 있다) 공식 문서에 남은 이름(윤혈녀)과 달라 공적을 인정받지 못한 윤형숙도 자료의 부족으로 뒤늦게 알려진 경우다.
◆이름 없이 사라진 독립운동가들을 밝혀내야
이런 저런 사정으로 잊혀지고 버려진 독립운동가는 많다. 이 책에 수록된 20명은 그래도 그 행적이 전해지고 자료가 남아 있었던 덕분에 알려질 수 있었다. 독립유공자 공훈록에 등록된 인물만 1만5천여 명인데, 그중에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많지 않다. 게다가 행적이 알려지지 않거나 북한에 남았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못한 독립운동가들도 부지기수다. 비밀리에 활동해 논문 한 켠에 행적이 겨우 적혀 있거나 아예 어떤 사료에도 흔적이 없는 이들도 많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진정한 목적은 단지 몇 명의 독립운동가를 더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기억의 저편에 파묻혀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썼다"고 했다.

◆저자 손성진은?
신문사 기자로 입사해 현재 서울신문 논설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이후의 시기, 특히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사회사와 생활사에 관심을 가져 '럭키 서울 브라보 대한민국'을 비롯해 기자로 일한 경험을 살려 어린이들에게 신문에 나오는 시사적인 주제로 글을 짓는 법을 알려주는 '뉴스 속에 담긴 생각을 찾아라' 등을 냈다.
28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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